모든 사람은 태어나 늙는다. 노화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과학과 의료의 발달로 평균 기대수명 100세를 바라보게 됐지만, 이를 축복이라고 여기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러한 노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 역시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경제활동 중단으로 인한 노인 빈곤과 각종 질환 등 또 다른 고민거리와 과제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그늘인 고령화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일본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에 진입하면서 그에 따른 갖가지 부작용이 사회적 난제로 남았다. 한국은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연합뉴스

개호살인·하류노인일본 고령화의 씁쓸한 이면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예외는 왕족뿐이다. 더불어 정부는 안락사 방법을 몇 종류 준비할 방침이다. … 앞으로 전 세계가 이 논제로 격론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 법안은 2년 후 4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 <70세 사망법안, 가결>
 
70세가 되면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일본 정부는 고령화로 인한 재정위기의 해결 방법으로 70세 사망 법안을 제정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출간된 가키야 미우의 소설 <70세 사망법안, 가결> 속 이야기다. 충격적인 설정인 만큼 지난 2012년 출간 당시 일본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렀다.
 
일본은 현재 인구 5명 중 1명이 70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70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20.7%로 집계됐다. 70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은 건 사상 처음이다. 일본은 1970년 고령화사회를 시작으로 1994년에 고령사회, 2005년에는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나라로 알려졌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고령화에 진입하면서 그에 따른 갖가지 부작용은 일본 사회의 커다란 난제가 된 지 오래다.
 
일본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고미야시키(ゴミ屋敷, 쓰레기집)'와 '아키야(空き家, 빈집)'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고미야시키는 고령자가 거동이 불편하거나 생활 의욕 저하, 치매 등으로 스스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면서 집에 쓰레기가 쌓이는 현상을 말한다. 고미야시키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고 있지만, 고령화 진행과 함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일본의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이중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아키야 현상은 미국 CNN이 보도할 만큼 골칫거리다. 총무성이 공개한 주택조사에 따르면 아키야로 불리는 빈집은 전체 주택의 13.5%에 달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아키야 대책 특별조치법'과 '아키야 뱅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요양원으로 떠나는 고령인이 증가하면서 아키야 현상은 도시 전체를 황폐하게 만드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노인 빈곤과 범죄, 세대 간 갈등 등은 고령화가 낳은 최대 난제다. 연금과 의료, 복지 등 사회보장비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후생성이 발표한 통계에서는 고령화로 인해 사회보장비가 매년 1조 엔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류 노인', '노후 난민', '폭주 노인', '개호 살인(간병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돌보던 이를 살해)' 등 일본에서 쏟아져 나온 신조어는 고령화사회의 씁쓸한 이면을 방증하기에 충분하다.
 
한국은 2017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으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후 17년 만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오는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3%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과 같은 고령화 속도라면 오는 2050년에는 전체 인구 4명 중 1명이 노인인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이른바 '노인대국'이 된다.
 
소설 <70세 사망법안, 가결>에서 70세 사망법안은 오히려 일본사회의 반성을 불러일으킨다. 고령화를 마주한 사회구성원의 인식과 고민이 함께 하는 사회로 발돋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이것이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다.
 
소설은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은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준비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일본의 초고령사회가 반면교사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사회구성원의 고민과 이를 바탕으로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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