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의 상처를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가 있다. 바로 프리랜서 청소년사역자 송예음(C-ReStory)씨다. 송씨는 90년대 이른바 ‘여중생 이지메 사건’으로 언론에 조명됐을 만큼 심한 학교폭력을 겪은 피해자였다. 현재 그는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같은 아픔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다. 송씨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본지는 지난 8일 서울 광명시에 위치한 송예음씨 출석교회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직접 만든 리본 카네이션을 들고 있는 예음씨ⓒ데일리굿뉴스
 
“내가 가치있는 존재라는 것 깨달았죠”
 
“나를 괴롭히던 아이들은 나를 바퀴벌레 쓰레기통보다 더러운 존재로 대했다. 많은 학생들이 둘러싼 곳에서 1대1 싸움도 해봤다. 내가 싸움에서 이겨도 조롱거리의 대상은 결국 나였다.”
 
송예음(여, 37세)씨는 자신을 ‘사회적 왕따 1세대’라고 소개했다. 1996년 학교폭력 사건으로 언론의 조명까지 받은 송씨의 피해사례는 당시 학교폭력이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기에 사회에 큰 충격으로 안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송씨에게 청소년시절은 아픈 과거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왠만한 왕따는 다 당해봤다”면서 “은근히 따돌린다는 뜻의 ‘은따’부터 인격적으로 모독감을 주는 욕설과 폭력까지 오랜시간 학교폭력에 시달렸다. 교회에서도 소외된 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송씨는 오래동안 깊은 우울증과 조울증을 겪었다고 밝혔다. 극심한 정서적 불안에 시달린 것이다. 후유증으로 그는 “정서적으로 원만하게 자라온 사람들과 달리 나는 감정표현 등 사회성이 많이 결여돼 있다”면서 “내 안에 어떤 부분은 여전히 아프다. 더 성장하고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씨는 “내 상처는 90% 이상 치유됐다”고 자신 있게 고백한다. 어린시절 아픈 과거에 갇혀 살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으면서, 자신과 같은 상처를 안고 사는 청소년들의 조언자가 되기로 마음을 바꿨다.
 
실제로 송씨는 대학에서 기독교복지학을 전공하고 치료레크레이션 전문과정을 거쳐 미술심리치료사 자격증을 땄다. 졸업후 6년 동안 상담교사로 일했다. 현재는 대학원에서 기독교문화콘텐츠학과를 전공하며 영상예술을 배우고 있다. C-ReStory라는 이름으로 프리랜서 청소년사역자로도 활동 중이다.
 
송씨는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과 엄마의 기도, 기독교 동아리에서 만난 신앙 선배들의 도움이 컸다고 전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기도 중, 내 아픔을 함께 속상해 하며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치유를 경험했다”고 간증했다.
 
이어 “엄마의 무릎기도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나를 위해 기도하시느라 밥도 거르셨다”며 “또 고등학교 때 기독교 동아리를 통해 만난 전도사님과 선배들이 나를 만나면 따뜻하게 안아줬다.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란 걸 느끼게 해 주었다”고 말했다.
 
가해학생들에 대해서는 “사과는 받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상처가 없던 것처럼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님께 순종하는 마음으로 가해학생들의 사과를 받아들였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겼다”며 “그들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날 수 있길 기도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예음씨 이야기, 상처입은 아이들에게 힘과 위로
 
대학시절 송씨는 영적으로 한 층 성숙하고 훈련 받는 시간을 보냈다. 그는 “기독교동아리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10년 넘게 청소년 사역 협동간사로 섬겼다”면서 “당시 맡았던 사역팀이 사라지면서 치유상담사역 프리랜서 활동을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렇게 시작된 C-ReStory(Christian Recycling Story)는 ‘버려지지 않는 복음’이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미술심리상담, 진로상담, 자아존중감 향상프로그램, 전도지 리폼 등이 주요 사역활동이다. 계획 및 모집은 송씨의 개인 SNS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사역의 궁극적 목적은 복음을 전하고 이를 통해 상처입은 사람들이 회복을 경험하는 것이다. 특히 송씨는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청소년들에게 힘과 위로를 전하고 있다.
 
송씨는 “자신의 상처를 회복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이를 통해 변화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복음 이야기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는 일명 ‘영적 재생산’이 일어나길 바라는 뜻에서 C-Restory라고 이름을 지은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랜서로 재정후원을 받아 사역을 전개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동역자를 보내주시는 하나님 은혜도 경험하고 있다. CCC를 통해 알게 된 사역자와 친구들이 스토리텔링 강의와 레크레이션 진행을 돕고 있다.
 
저마다의 상처를 가진 청소년들과 함께 떠나는 4박 5일 간 ‘자아존중 향상 제주도리트릿’은 C-ReStory의 핵심 사역이다. 올해 2월 3차 여행을 다녀왔다. 송씨는 아픔을 지닌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교제하며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인생 선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리트릿 참석자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폭력을 당하거나, 사회성 부족으로 고립된 경우 등 모두 아픔이 있는 친구들”이라면서 “이 중 자신의 외모에 자존감이 낮고 자해까지 했던 한 친구는 밤새도록 나와 대화하고 복음에 마음을 열어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씨는 학교폭력 극복을 위해 실제적인 요청을 전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그는 “누군가의 단점을 왕따의 조건으로 보기보다는 품어 주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면서 “학교는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의 아픔을 책임질 의무가 있고, 가해학생들은 자신이 미래에 부모가 됐을 때 자녀 앞에서 과연 당당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에게는 “복음을 통해 내 상처가 치유됐듯 하나님을 만나면 회복될 수 있다”면서 “자신의 상처에만 몰입하기보다는 하나님이 반드시 자신을 통해 선한 일을 하실 것을 믿고 묵상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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