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다"고 노래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6년부터는 스승을 향해 감사를 표현하는 꽃과 선물도 금지됐다. 스승의 날을 즈음해 매년 학교에서 기념행사와 함께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게 카네이션, 선물 등으로 감사 표시를 해온 풍속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016년 9월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 이후 세 번째 맞는 스승의 날(15일)

스승의 날 대신 '교사의 날'로
 
지난 2016년 9월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 이후 세 번째 맞는 스승의 날(15일). 스승의 날을 앞둔 시점에서 교사들의 마음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 하다는 의견이다.

수원 A초등학교 교사 송 모 씨는 "선물을 금지한다는 가정통신문부터 의미 없는 행사 위주의 스승의 날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개별적으로 카네이션 꽃 드리는 것 마저 위법인 상태에 '안 된다'라고 안내하는 것도 이제는 지친다"고 말했다.
 
부천 B초등학교 교사 손 모 씨는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들끼리 모여 자축을 한다. 대체로 조용히 스승의 날을 보내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청원이 등장했다.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꿀 것을 청원합니다." 지난 2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에 등장한 청원 내용이다. 13일 오후 1시 15분 기준 3,179명이 동의했다.
 
이 청원을 제기한 이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꿔 학교 구성원 모두가 교육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스승의 날이 특정 직종인 교사를 지칭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가기념일은 47개로 각종 기념일을 주관하는 정부부처가 정해져 있고 관련 분야의 의미를 해마다 기념하고 있다"며 "그런데 스승의 날은 특정 직종의 사람을 지칭하는 듯 해서 불편한 감이 있다"고 청원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의사의 날이 아니라 '보건의 날' △과학자의 날이 아닌 '과학의 날' △판사의 날이 아닌 '법의 날' △기관사의 날이 아닌 '철도의 날' △운동선수의 날이 아닌 '체육의 날' 등을 사례로 들어 부연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 A고교 교사 최모 씨는 "차라리 스승의 날을 없애고 교육의 날로 새롭게 해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어울리는 날로 만들면 좋겠다"면서 찬성입장을 내비쳤다.
 
학교들, 괜한 오해 피해 재량휴업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학생에 대한 상시평가 지도업무를 수행하는 담임교사 및 교과담당교사는 학생과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꽃, 케이크, 고가의 선물은 물론 소액 기프티콘까지 금액과 상관없이 어떤 선물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스승의날 교육현장 모습도 완전히 바뀌었다.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려면 개인이 아닌 학생 전교 회장이나 반장 등 학생 대표가 공개적으로 진행하면 된다.
 
이날 사용되는 카네이션은 학생들의 주머니가 아닌, 학교 예산으로 사야 한다. 때문에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학교들은 스승의 날 행사를 중단한다.
 
스승의 날 휴교하는 학교들도 많다. 서울지역 휴업 학교는 한양·삼전·금성초등학교, 개웅·양정중학교, 상계·금호·자양고등학교 등 11곳이고, 경기지역은 24곳으로 집계됐다. 지방 지역 경우 대전·세종·충남교육청에 따르면 대전 2개교, 세종 6개교, 충남 259개교가 각각 재량휴업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교 중에는 학생 자치회를 중심으로 의미 있는 행사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 교사들에게 감사장을 전달하는 깜짝 이벤트를 했던 진천 구성초등학교 학생회는 올해도 전교생의 영상편지기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를 교사들에게 선물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승의 가치가 퇴색해져가는 스승의 날이지만 이럴 때일 수록 학생학부모, 교사 간 신뢰가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 박 모 씨는 "교사들은 학생들이 써주는 감사 편지만으로도 충분히 감동 받고 힘을 얻는다"면서 "스승의 날이 교사의 권위와 교사,학생 간 관계를 재정립하는 기회의 날이 된다면 학생은 교사를 잘 따르고 교사도 학생을 성심껏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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