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이 39주년을 맞았다. 5·18 광주가 보여준 희생과 평화, 인권은 우리사회를 민주주의에 성큼 다가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역할을 감당했을까. 민주화운동 과정 속 신앙인들의 공헌을 되새기고, 5·18과 같은 사회변혁 시기에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자세를 고민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예장 통합 총회가 16일 오후 1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조명한 '교회와 사회 포럼'을 개최했다.ⓒ데일리굿뉴스

두 신학생의 '자기희생'을 통해 본 그리스도인의 자세
 
‘문용동전도사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업에 공들여온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총회장 림형석 목사)가 1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교회와 사회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서는 5·18 민주화운동 가운데 한국교회와 신학도들의 역할이 조명됐다.
 
민주화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과 이를 압제하려던 신군부 세력의 대립이 극에 달한 1980년 5월 18일. 광주권내의 교회와 성도들은 5·18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적잖은 역할을 감당했다. 그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자기희생을 무릅쓰고서라도 인권과 평화를 위해 목놓아 외쳤고, 교회 역시 희생자와 부상자들 곁에서 위로를 건넸다.
 
총회 사회봉사부 최내화 부장은 “희생자와 부상자를 위로했던 교회의 모습은 그리스도의 사랑이었다”며 “생명의 위협에도 자기희생을 보여준 그리스도인들의 행동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십자가의 행렬 그 자체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5·18운동 가운데 자기희생을 보여준 두 신학도, 문용동과 류동운이 소개됐다. 교계 역사학자들은 두 사람에 관해 “5·18 민주화운동 한 가운데 하나님의 ‘사랑’, ‘정의’를 실천하고자 ‘자기를 희생’한 신학생들“이라고 칭했다.
 
당시 호남신학교 4학년생으로 전도사로 사역하던 문용동은 계엄군에게 총탄을 맞아 사망했다. 그는 도청진압작전의 마지막 희생자였다. 민주화운동 속에 그가 주로 한 일은 헌혈운동과 부상자구호, 교통정리 등이었다. 특히 위험해서 모두가 꺼리는 무기관리를 자진해 ‘탄약관리반’을 이끌었다. 류동운의 행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목사였던 아버지의 만류에도 시위현장에 나갔다가 숨을 거뒀다. 지금까지 알려진 류동운의 활동은 ‘시신수습’이다. 끝까지 도청에 남아 신군부의 부당함을 알린 인물로도 전해진다.
 
문용동전도사기념사업회 도주명 총무는 “두 신학생은 '비인간화의 현장'에서 죽을 줄 알면서도 의무와 공리를 따라 죽음의 자리로 나갔다”면서 “이들의 죽음은 곧 ‘타자를 위한 자기희생’이었다. 문용동의 신앙은 개인구원에서 사회구원의 차원으로 확장됐으며, 류동운 또한 자기가 희생함으로 ‘역사의 부활’을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두 신학생이 보인 촌철살인의 희생은 어디서 비롯 됐을까.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곱씹어봐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여기에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되는 자세와 역할이 집약돼 있다는 의견들이다.
 
도 총무는 “두 신학생들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죽음으로 가르쳤다”며 “참다운 그리스도인이라면 '비인간화' 현장에서 자기희생을 하는 것이 신앙인의 자세임을 말해준다. 특히나 두 사람에게 선의지는 ‘종교적 동기’였다. 모든 선택에 있어 ‘종교적 동기’ 즉 ‘신앙의 내적 동기’에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권면했다.
 
더불어 불의에 맞서 온몸 바쳤던 5·18 그때처럼, 오늘날 한국교회도 사회 부조리 등 당대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이치만 교수는 “역사에서 볼 때, 당대 사회의 궁극적 가치문제에 그리스도인들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며 “물론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운동가가 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리스도인들이 사회문제를 배제하고 회피하니까 사회 영역에서 형성된 이념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생각을 좌우하게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교회 차원에서 사회문제에 관심이 요구된다"며 "그리스도인의 궁극적 가치인 예수님의 사랑을 우리사회에 표출하는 것이 신앙인으로서의 사명이자 역할임을 기억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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