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구 선교사 ⓒ데일리굿뉴스
비자갱신이나 볼 일이 있어서 한국에 오면, 자연스럽게 성도들을 만나게 된다. 반가운 인사를 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 인사 가운데에는 "언제 다시 선교지로 돌아가느냐?"라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한 번 더 마주치게 되면 "아직도 선교지로 안 갔냐?"고 묻는 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유독 한 그룹만은 우리가 다시 선교지에 안 가셨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신 분들이 계시다.
 
바로 '선교사들의 부모님'들이시다. 믿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신앙심이 깊으신 분들 이신데도, 속마음은 자녀들과 손주들이 선교지로 돌아가서 고생하고 위험하게 지내는 것이 싫으신 것 같다.
 
선교사들이 선교지를 갈 때, 제일 마음에 걸리는 부분 중에 하나는, 고국에 남겨 두고 가는 부모님이다. 연로하고 힘을 잃는 부모님을 곁에서 돌보아야 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인데, 하나님의 사명을 위해 부모님을 두고 떠날 때의 마음은 그럼에도 무겁다.
 
한국에서 교회 사역을 할 때 담당했던 교구에 아들과 딸 모두를 선교지에 보낸 부모님이 계셨다. 결혼 한 이들의 손녀들을 보고 싶어 하셨지만, 선교지에 있기에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남의 집 손주들이라도 보려고 5월 5일에 놀이동산을 다녀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먹먹했던 기억이 있다.

간혹 한국 선교본부에서 사역을 하면, 선교사 부모님의 장례소식을 듣게 되는데, 중남미에 있는 선교사들의 경우는 너무 멀고, 비행기 경비가 많이 들어서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선교사들을 접하게 된다.
 
선교사들과 이야기 하는 가운데, '부모님이 잘 참고 계시다가, 선교사들이 잠시 한국에 오면 아프시거나, 장례가 많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녀들이 오기까지 긴장하다가 '한국에 온 자녀들을 보면 갑자기 긴장이 풀어지면서 몸이 약화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아쉬운 것은 현재 '선교사와 자녀'를 위해서는 복지적 차원에서 할인도 해주고 배려를 하지만, '선교사 부모'에게는 '어떤 배려나 혜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어느 교단 선교부에서는 이 부분을 감안하여 정기적으로 '부모님의 생신'을 챙겨 드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팔자가 한국 교회에서 사역을 할 때, 교회 안에 계신 '선교사 부모님'들을 모두 초청해서 어버이날 같이 식사를 하고 한자리를 만들어 드린 일이 있었다.
 
선교사의 부모님의 경우 '사별'을 하여 홀로 되시거나, 자녀들 가운데 '부양할 자녀'가 한국에 없거나, 수술이나 질병으로 홀로 움직이려면 마음이 참 어렵다. "선교사 자녀들이 좀 곁에 있어 주면 좋겠는데, 구정이나 추석 명절에 같이 식사라도 하면 좋겠는데...."라는 마음이 크지만,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서 혼자 감수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좀 더 섬김의 영역을 확장해서 '선교사 부모님'들에게 힘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당신의 자녀들이 너무나 귀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고, 어려움을 잘 견디고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자녀와 그 부모가 되는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라는 한마디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약간의 섬김이 시작된다면, 선교현장을 지키는 우리 선교사들에게 너무나 큰 힘이 될 것 같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