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하나 뿐인 위성인 달은 지구에서 봤을 때 앞뒷면이 확연히 다르다.

달의 앞면은 낮은 분지가 넓게 펼쳐져 있지만, 뒷면은 사방이 온통 울퉁불퉁한 운석 충돌구로 덮여 있다. 겉으로 드러난 것 외에도 지각도 뒷면이 앞면보다 더 두껍고 추가 물질층으로 덮인 구조로 조성돼 있다.

달의 공전과 자전 주기가 같아 지구에선 달 뒷면 관측이 불가능하지만, 1960년대 미국과 옛 소련 간 달 탐사 경쟁으로 달 뒷면도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달의 앞뒷면의 차이점에 대해 지금까지 두 개의 달 충돌설 등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태곳적 태양을 돌던 왜행성이 충돌해 앞뒷면의 근본적 차이가 생겼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제시돼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지구물리학회(AGU)에 따르면 마카오과학기술대학 우주과학연구소 주멍화(祝夢華) 박사 연구팀은 달의 지각 구조에 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AGU 학술지인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행성(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Planets)'을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달의 내부 구조와 중력장을 관측한 미국항공우주국(NASA) 탐사선 '그레일(GRAIL)'의 자료를 토대로 달이 현재의 지각 구조를 가지려면 어떤 충격이 가해져야 하는지를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했다.
 
 ▲지름 780㎞의 천체가 시속 2만2천500㎞로 달에 충돌하는 과정. 충돌 천체의 핵은 지름 200㎞. C와D의 화살표는 충돌로 물질이 이동해 새로 지각을 형성하는 과정을 나타낸다(지구물리학 연구 저널:행성/주멍화 등 제공). (사진출처=연합뉴스)

그 결과 달의 앞뒷면 비대칭성은 지름 약 780㎞의 천체가 시속 2만 2,500㎞로 달의 앞면에 충돌할 때 가장 유사하게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왜행성 세레스보다 약간 작은 천체가 지구 대기에 부딪히는 유성의 4분의 1 속도로 충돌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보다 지름이 작은 약 720㎞의 천체가 속도를 높여 시속 2만 4,500㎞로 충돌할 때도 비슷한 지각구조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때 충돌 충격으로 달의 앞면에서 엄청난 물질이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뒷면에 떨어져 원래 있던 지각을 5~10㎞가량 덮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달에 충돌한 천체가 지구 형성 초기에 있었다고 하는 '제2의 달'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충돌 천체는 왜행성이든 소행성이든 지구가 아닌 태양을 돌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달이 형성된 이후 왜행성이 갖고 있던 물질을 받았다면 지구와 달의 칼륨과 인, 텅스텐-182 등의 동위원소가 다른 이유도 설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달의 앞뒷면 차이에 관한 답변을 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화성처럼 비대칭적 구조를 가진 태양계 내 다른 행성에 대해서도 통찰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 행성'의 편집장인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스티브 하우크 교수는 성명을 통해 "이분 구조를 가진 행성이 여럿 있지만 달은 이에 관한 여러 가지 가설과 모델을 검증할 수 있는 많은 자료를 갖고 있어 이번 연구는 달을 넘어 더 넓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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