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의 불똥이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로 튀었다. 미국의 간판 정보통신(IT) 기업인 구글에 이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의 방침에 따라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봉쇄령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전쟁의 서막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이 중국 기업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미·중 기술패권 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사진제공=연합뉴스)

'화웨이' 타격 전망, 亞에 미칠 경제적 파장 '불가피'

구글이 중국 기업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화웨이를 미국 정부 승인 없이 미국 기업들과 거래할 수 없는 수출 제한을 밝힌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구글은 화웨이 측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 사용권 등 자사 기술 서비스 제공을 중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로이터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조치로 화웨이는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뿐만 아니라 앱 스토어인 '구글플레이'를 설치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구글 뿐만 아니라 인텔, 퀄컴 등 미국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도 화웨이와 거래 끊기에 나섰다. 사실상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만들 때 미국산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를 쓰지 못하게 된 셈이다.

구글은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 체제와 여기에 탑재되는 기본 앱(모바일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인텔과 퀄컴은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프로그램 구동 반도체(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통신칩을 제조·공급한다.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화웨이로썬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공급이 중단되는 데다, 핵심 소프트웨어까지 차단돼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화웨이가 기술 자립을 통해 '중국의 애플'로 도약할 수도 있지만 당장은 미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높아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미국의 제재가 이어지면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2억 580만 대에서 올해 1억 5,600만 대, 내년 1억 1,960만 대로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이언 쿤츠 로즌블랫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웨이는 미국 반도체 제품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 핵심 부품공급 없이는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라며 미국의 거래 금지가 "중국의 5G망 구축을 늦출 수 있고 이는 많은 글로벌 부품공급업체들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사태는 차세대 기술패권을 쥐기 위한 미·중 경쟁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오래 전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경망 역할을 감당할 5G(5세대 이동통신)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미국은 화웨이 제재를 시작으로 미래 기술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 역시 미국 정부의 조치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미·중 무역전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기술패권 전쟁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경제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화웨이와 거래하고 있는 기술 기업이 많이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중 마찰이 거세지면서 해외투자자들이 아시아 증시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들어 해외투자자들은 중국 주식을 6조원 넘게 팔았으며, 한국·태국·대만 등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구글과 인텔의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에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26.8%)과 미국(12.1%)의 비중이 큰 점을 감안할 때, 미·중 갈등의 장기화는 한국에도 악재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전쟁 속에서 살아남을 우리만의 전략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안덕근 교수는 "미·중 무역 전쟁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특히 한국은 IT 산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모아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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