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 WHO가 게임중독을 알코올, 마약 중독과 같은 질병으로 인정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WHO의 공식적인 게임중독 질병 규정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는 WHO의 공식적인 게임중독 질병 규정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국제사회 만장일치'의료계 vs 게임업계' 견해차 극명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중독을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로 분류하는 새로운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WHO의 게임중독 질병 적용은 2022년 1월부터 발효된다. 최소 과도기 5년에 걸쳐 194개 소속 회원국들에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치료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2014년부터 게임중독 질병 등록을 추진한 WHO는 게임중독의 유해성이 의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돼 치료와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게임 중독 문제가 심각하지만 질병으로 따로 분류돼 있지 않아 정확한 통계수치를 통해 실태 파악이 어려운 점을 고려한 것이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진단하는 기준도 제시됐다. △게임에 대한 욕구를 참지 못하는 경우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이 우선인 경우 △게임에 몰입한 나머지 부정적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가 대표적이다. 증상이 심각할 경우 이보다 적은 기간에 게임중독 판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WHO의 입장이다.
 
ICD 국내 도입 시점은 2025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WHO의 게임 중독 질병 규정을 도입할지에 관한 여부는 각국의 결정에 달려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적용을 위해서는 통계청의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체계(KCD)'를 개정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와 게임업계, 정부의 관계부처 간 입장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데 찬성하는 보건복지부는 6월 중 시민사회단체, 학부모단체, 게임업계, 법조계 등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합의점을 찾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의료계 역시 게임중독을 정신질환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다만 정확한 기준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게임 중독에 노출되기 쉬운 초등학생들을 위한 조기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게임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는 88개 단체 명의로 공식 질병 분류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아직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질병코드 지정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같은 이유를 들어 지난달 초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에 반대한다는 공식 의견서를 WHO에 제출한 상황이다.
 
그런가하면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 분류로 인한 전 세계 게임산업의 경제적 손실이 3년간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중 절반을 차지하는 6조 3,400여 억 원의 손실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파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박승범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문체부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데는 반대하지만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복지부가 제안하는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다. 국무조정실, KCD를 주관하는 통계청이 중재하는 객관적인 협의체가 구성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과학적 검증을 위한 공동 연구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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