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한민국이지만 결핵에 있어서는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결핵을 퇴치하기 위해 결핵검진 사각지대인 저소득 노인, 노숙인, 쪽방 거주자가 1년에 1회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결핵을 퇴치하기 위해 결핵검진 사각지대인 저소득 노인, 노숙인, 쪽방 거주자가 1년에 1회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결핵확진 검사비와 잠복결핵 치료비는 전액 국가와 건강보험이 부담하고, 결핵 고위험국가에서 오는 외국인에 대한 검진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결핵예방관리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유엔이 2030년까지 '전 세계 결핵유행 조기종식'을 결의함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제2기 결핵관리종합계획(2018∼2022년)을 대폭 보완했다.

먼저 결핵 발병·전파 위험이 큰 노인, 노숙인, 쪽방 거주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결핵검진과 환자관리 강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은 지역가입자 세대주와 직장가입자에게 2년에 1회, 20세 이상 지역가입자 세대원과 직장가입자 피부양자에게 2년에 1회, 비사무직 직장가입자에게는 1년에 1회 흉부 엑스레이(X-ray) 검진 기회를 준다.

정부는 만19∼64세 저소득 의료급여수급자에게 2년에 1회 검사비를 지원한다.

하지만 65세 이상 의료급여수급자는 검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 노환 등 활동성이 떨어져 집에서 누워 지내는 노인, 거주지가 일정치 않은 노숙인, 형편이 어려운 쪽방주민은 기회가 있어도 놓치기 일쑤다.

정부는 이들에게 검사장비가 실린 버스를 보내 '찾아가는 X-ray 검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이 검사에서 결핵 소견이 나오면 당일 확진검사를 진행한다.

또 요양병원, 정신병원, 복지시설에서 지내는 노인은 입소 전·후 연 1회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당국은 집에서 누워 지내는 노인을 20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65세 이상 의료급여수급자는 4만 2,000명, 공식적으로 집계된 노숙인 1만 1,000명, 쪽방주민은 7,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쪽방주민은 실제로 50만 명 가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 외 요양병원 등 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 규모는 현재 정확한 추산이 어렵다.

보건복지부는 재정당국과 협의해 국고지원 규모와 시행 시기를 확정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은 올해 시작된다.

정부는 역시 검진 사각지대에 있었던 20∼39세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자, 대학생, 무직자 등 720만 명에 대해서도 올해부터 건강검진 혜택을 주고 있다.

이들은 내년부터 건강검진에서 결핵 의심 소견이 나와 확진검사를 받으면 검사비 무료혜택이 주어진다. 건강보험은 4만∼6만 원가량인 본인부담금을 전액 지원한다.

2021년부터는 암환자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고위험 기저질환자에게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연 1회 결핵 무료 검사를 지원한다.

결핵 고위험국으로 지정된 19개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의 발병 상태도 수시로 점검하기로 했다. 현재는 비자변경 및 체류연장 시 1회 검진을 요구하지만,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기적인 검진을 한다.

또 외국인이 건강보험 혜택을 노리고 결핵 치료차 한국에 단기 입국하는 일을 막기 위해 환자로 판정되면 2주간 격리치료 후 강제로 출국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2017년 결핵 환자의 치료비를 무료로 지원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7만∼8만 원 선인 잠복결핵 치료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검사비, 치료비 무료화 등 이번 결핵 대책에 들어가는 건강보험 재정은 한해 450억 원 정도다.

정부는 생계 문제로 결핵 치료에 필수적인 격리기간(2주)을 지키지 못하는 영세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 등의 사정을 고려해 생계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외에 환자가 치료를 끝까지 마치도록 통합수가를 신설하기로 했다. 환자가 병원에 간 이후 행해지는 초기평가, 교육·상담, 치료, 치료확인 등 진료 단계별로 병원에 보상하는 체계를 갖춰 병원의 꼼꼼한 환자관리를 유도한다.

2개 이상의 결핵약에 내성이 생긴 다제내성 환자에에는 전문치료기관 지정을 비롯해 전화 등을 통한 복약 관리기간도 현재 2주에서 8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기간도 6개월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결핵 환자를 접촉해 발병 위험이 커진 동거인, 가족 등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발병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까지 유아용 피내용 결핵예방백신(BCG) 국산화를 완료하고 성인용 백신도 개발하기로 했다. BCG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백신으로 해외 제조사의 사정에 따라 수급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런 대책을 통해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결핵발생률을 결핵 퇴치 수준인 인구 10만 명당 10명 미만으로 낮춘다는 목표다.

한편 '결핵 후진국' 오명의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결핵발생률 1위다. 2017년 인구 10만명당 결핵 발생률은 70.4명이었다. 매일 전국에서 환자 72명이 새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 11.1명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결핵 환자가 유독 많은 이유는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까지 열악한 영양·주거 환경으로 인해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이 많았고, 이들이 노인이 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실제 결핵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핵 치료를 위해서는 6개월 이상 아이소니아지드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을 매일 먹어야 한다. 치료를 중간에 중단하면 약에 내성을 보이는 결핵균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런 경우 12개월 이상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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