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어요.” <무한도전>에 나온 박명수가 채용 면접에서 한 말이다. 이런 솔직함이 통하는 세대가 회사로 몰려오고 있다. 어느새 조직의 신입 사원으로,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1990년생이다.
 
하지만 기성세대들에게 이들의 솔직함은 아직 낯설다. 실제 80·90년생을 아우르는 ‘밀레니얼 세대’는 타세대와 함께 직장생활하며 세대 차이를 가장 많이 느끼는 1위로 꼽혔다. 최근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 남녀 4,8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대별 직장 가치관’에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386세대(1960년대생) △X세대(1970년대생) 모두 세대 차이를 가장 많이 느끼는 세대로 ‘밀레니얼 세대’를 지목했다.
 
낯선 90년생들과 공존하려면 이들의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함께 형성되고 있다. 대기업에서 신입 교육을 담당한 저자 임홍택이 1990년생의 생각을 알기 위해 쓴 <90년생이 온다>는 이러한 현실을 잘 대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윗세대가 90년생과 공존하기 위해 이해하기 어려워도 받아들여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의 한 장면(사진제공=연합뉴스)
 
윗세대와 90년생 간 간극 좁히기
간단·병맛·솔직함…할 말은 하는 세대


저자 임홍택은 90년생을 ‘일과 삶의 양립을 추구하는 세대’라고 소개한다. 사실,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이른바 ‘워라밸’은 세대 구분 없이 모든 직장인이 추구하는 이상이다. 그러나 저자는 90년생에게는 좀더 특별한 부분이 감지된다며 바로 ‘참지 않고 표출하는 태도’를 지목한다.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80년생과 90년생은 비슷하다. 80년생은 동일한 마음을 갖고 있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참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하는데, 90년생은 굳이 참지 않고 말한다.”
 
90년생들이 이러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과 미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동시에 ‘간단함’과 ‘재미’, ‘정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90년생들의 간단함이란 길고 복잡한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저자는 “전방위로 확대된 90년대생들의 언어습관인 줄임말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한다. 인터넷 상 너무 긴 게시물은 부담된다는 뜻인 스크롤 압박의 줄임말 ‘스압 주의’가 대표적인 예다.
 
재미 추구에 대해서는 “이전 세대들과 달리 유희를 추구하며 스스로를 어떤 세대보다 자율적·주체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면사기승전결 같은 논리적인 재미가 아닌 뜬금없이 웃기는 일명 병맛(병신같은 맛)같은 재미를 추구한다”고 전한다.
 
90년생들은 ‘척 하는 것’을 거부하고 정직함을 추구한단다. 예를 들면 “이들의 솔직함은 계약 정신에 입각한다”며 “90년생들에게는 ‘칼퇴’는 당연한 말이다. 칼퇴를 회사가 베푸는 은총이 아닌, 당연한 것”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특징들이 90년생들의 진로관을 바꾸고 공무원을 꿈꾸게 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임홍택은 “90년생들은 형·누나가 일반기업체에 입사했다 나와서 공무원 준비한 걸 지켜본 세대다”라며 “공무원을 하면 14시간씩 일하고 과로사 하지 않을 테니 워라밸이라도 챙기는게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통계청이 2016년 5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주비자 65만 2,000명 중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자는 26만 명에 이르러 약 40%에 달한다. 공무원 응시생 수도 매년 늘어 2017년에는 22만 8,368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90년생들만의 특징은 근본적으로 윗세대들의 실패와 좌절을 옆에서 지켜본 이들이 같은 절차를 되물림 받지 않기 위한 대응 자세로 진단된다.
 
저자는 "90년생들은 IMF를 직격탄을 맞은 70년대생들, 그리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상시 구조조정의 가능성을 염두해야 했던 80년대생들을 보면서 회사에 충성하거나 열심히 일해도 보답이 없고, 오래 다니지 않는다는 걸 먼저 학습한 세대"라며 “이들은 원칙에 정확하게 입각해 있다. 그 전에 세대들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세대”라고 부연했다.
 
우리사회 시대적 배경이 만들어낸 90년대생은 외계인도, 별종도 아니다. 이들은 안정적인 삶보다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원한다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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