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주 여성 인권,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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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이주노동자 10명 가운데 2명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결혼 이주여성 10명 중 4명이 가정폭력에 시달린 경험이 있었다. 이 중 10명 가운데 약 7명은 성적 학대를, 8명 가량은 언어적 학대를 당했다.
 
 ▲이주여성들의 ‘눈물’(CG) (사진제공=연합뉴스)
 
피해는 늘지만, 신고할 수 없는 현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에서 42%에 해당하는 387명이 가정폭력을 당했다. 이들 중 77명(20%)은 흉기로 협박 당했고, 성적인 학대를 당한 여성은 263명(68%)에 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피해를 제대로 신고 할 수 없다. 미등록 체류자일 경우, 성폭력 피해를 신고할 때 미등록 체류기간에 대한 범칙금을 내야 해 형사소송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적법한 체류자격이 있더라도 사업주가 자신을 추방하면 본인은 물론 가족의 생계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신고하기 어렵다.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한국인 배우자와 혼인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한국에 체류하기 어렵다. 법적 절차를 통해 한국인 배우자의 이혼 귀책사유를 입증해야 이혼 후에도 체류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입증이 쉽지 않고, 요건이 충분해도 영주권이나 귀화자격의 취득신청이 거부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한국이주여성들은 피해를 당하고도 이를 알리기 위해서는 추방될 각오를 해야 하고,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주와인권연구소 이한숙 소장은 "이런 구조가 결혼이주여성들을 옥죄고 있어 인권침해나 착취를 당하더라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제도차원의 정비 시급

이주여성들에게 발급되는 예술흥행 비자의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 현지 기획사가 본국에서 여성들을 모으고 한국에 입국한 뒤에는 사업장 업주들이 여성들의 급여를 기획사에 건네는 구조다.

특정 사업장에서만 일하도록 되어있고, 허가 없이 이탈하면 ‘불법 체류자’가 되기 때문에 사업장을 고발하는 순간, 불이익을 받게 될 수 있다.

이주 여성은 직장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체류 자격을 보장 받기 어렵다. 이주여성들은 이혼 후 자녀를 직접 키우지 않더라도 ‘면접교섭권’만 가지고 체류 연장을 할 수 있지만, 남편이 아이와의 만남을 차단하면 체류가 불가능해진다.

출입국에서 엄격하게 자격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자녀를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에 대한 보고는 물론, 사진까지 첨부해서 제출해야 한다.

또한 이 이주여성들은 자녀가 성년이 되면 비자 연장이 되지 않아 모국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한 사람의 인간이 아닌 한국 남성의 배우자라는 기능적 측면만 강조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성폭력, 가정폭력 등의 피해를 당한 이주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신고 이후에도 체류신분을 보장해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주 여성 돕는 손길 늘어

이와 관련해, 이주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단체들도 등장하고 있다. 사단법인 ‘프래밀리’가 그 중 하나다.

정종원 대표와 김성은 사무국장 부부는 2008년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면서 우연히 외국인 이주가정들을 만났다.

난치병을 갖고 있는 남편과 자녀가 있는 이주 여성,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다문화 한부모 가정들을 보며 이주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직접 만나 상담하면서 사명감도 갖게 됐다

주요 사역은 ‘3W’다. 첫 번째는 ‘Worship(예배)’다. 한 달에 한번씩 가족 모임으로 예배를 드린다.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교회를 빌리는데, 처음에는 30~40명으로 시작했던 예배가 지금은 120명 정도 모인다.

두 번째는 ‘Weekend school(주말학교)’이다. 한부모 가정의 경우, 이주여성들이 대부분 미싱공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기 어렵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성교육, 체험활동, 체육활동 등을 하며 사회에 적응해 나간다.

많은 사역들을 오로지 두 사람이 감당하고 있고, 모든 재정은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들이 이어지고 있다. 김 국장은 “주말학교의 경우 강사를 쓰게 되면 강사비, 인건비가 많이 드는데 자원하는 청년들이 와서 재능기부로 돕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도움과 후원의 손길에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Work(일거리 제공)’ 사업이 있다. 현재는 지하실을 임대해서 이주여성들의 고향 야채인 공심채나 고수 등을 수경재배 하고 있다. 아직은 시범 단계지만 추후 판매로까지 이어져 협동 조합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계획하고 있다.

정 대표는 “사회인식이 변하기까지 오래 걸리겠지만 한국 교회가 성경말씀대로 고아와 과부, 외국인을 돌아보듯 나라에서 품지 못하는 사람들을 품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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