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에 걸렸다'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화병은 분노와 억울함 등의 감정이 쌓여 화를 식히지 못해 한번에 밖으로 표출하는 증상을 말한다. 최근 들어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화병이 10~30대 사이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노인성 질환'이 젊은 층에서 급증하면서 관심과 예방관리가 요구된다.     
 
 ▲최근 중장년층 이상 연령대에서 발병률이 높은 질환들이 청년층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젊은 층에서 '노인 질환' 급증, 스트레스 원인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됐어요."
 
공무원수험생인 이 모 씨(29)는 최근 병원을 찾았다가 화병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3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병이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화가 난다기보다 이유 없이 우울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열이 나는 신체증상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사례처럼 화병이나 대상포진, 당뇨병, 통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않는 20·30대가 크게 늘고 있다. 주로 중장년층 이상 연령대에서 발병률이 높은 질환들이 청년층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상포진과 통풍을 앓은 20·30대 환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대상포진을 앓은 20~39세 남·녀 환자수는 2014년 12만 2,096명에서 지난해 13만 3,650명으로 늘었다. 혈액 속에 요산이 과도하게 축적돼 발생하는 통풍환자도 2014년 6만 2,533명에서 9만 8,412명으로 증가했다. 
 
특히나 장년층에서 주로 발생하던 '화병'은 최근 30대 이하 젊은 층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2014년 2,585명이던 30대 이하 화병 환자는 지난해 4,078명으로 58%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10대 환자는 312명에서 653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처럼 젊은 층에서 노인성 질환 환자가 늘고 있는 데는 스트레스가 근본원인으로 지목된다. 요즘 20·30대는 취업과 결혼 등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스트레스로 인해 10대들의 정신질환이 느는 등 질환 발병시점이 빨라지고 있는 게 문제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정선용 교수는 "장년층들에게 주로 발생하던 질환이 근래 들어 젊은 층에서 늘고 있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발산하지 못한 채 참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라며 "스트레스가 지속해서 누적되면 심장 질환이나 암 같은 질환으로 연결될 수 있기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치료와 함께 꾸준한 운동으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청소년기 정신질환은 잠재적인 위험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예방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청소년기 정신질환은 조현병 등 잠재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10대에는 성격이 형성되는 시기므로 작은 질환이 다른 정신적인 장애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정신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규칙적인 운동이나 10대 학생들의 의무적인 정기 상담 등을 고려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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