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혐오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일베 등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촉발된 혐오 논란이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급속하게 번져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심각한 혐오 표현
 
 ▲정재영 교수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이후에 여성 혐오가 크게 이슈가 된 이후에 혐오 표현은 양성 문제만 아니라 성 소수자에 대해서 매우 노골적이고도 인격모독적인 표현까지도 서슴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과 국내 거주 외국인 등의 사회적 소수자 뿐 아니라 자신의 정치 신념이나 사회 이념과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혐오 표현은 거의 모든 사회 부류의 사람들에게 번져서 사용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개신교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동성애자와 같은 성 소수자에 대해서 성경의 가르침에 기대어 혐오 표현을 하는가 하면 기독교와 다른 종교들 최근에는 특히 이슬람교에 대해서 반성경적이라고 비난하며 혐오 표현을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과 다른 정치 신념이나 사회 이념을 가진 사람에게도 성경 말씀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면서 반성경적이라는 덫을 씌우기도 한다. 신앙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타협할 수 없는 굳건한 신념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교계에서 사용되는 혐오 표현은 자신의 신념에 대한 정당화 기제로 작동하며 이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조차도 약해서 더욱 문제가 된다.
 
여기서 혐오 표현은, '어떤 개인·집단에 대하여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 이라고 정의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혐오 표현은 사회적 소수자에게 해당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여성 혐오 표현은 존재하지만 남성 혐오 표현은 조재하지 않는다. 남성은 사회적 소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개독교'는 혐오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개신교는 소수 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혐오 표현은 ‘영혼의 살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주는 일임에 틀림없지만 이것을 법으로 규제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으로 갈린다. 자칫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 시민 사회의 주요 가치를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무하는 혐오 표현을 방치하게 되면 사회 갈등은 더욱 부추기게 되고 그 피해자도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게 될 것이므로 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시민 의식을 높임으로써 혐오 표현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개신교인의 혐오 표현
 
<한국교회탐구센터>에서 최근에 실시한 혐오 표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은 상당히 널리 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응답자의 69.4%가 혐오 표현 접촉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개신교인은 비개신교인보다 ‘온라인/모바일 뉴스와 댓글’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 혐오 표현을 접촉한 경험이 더 많았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에서 ‘종교기관/모임’에서 혐오 표현을 접촉한 경험이 23.2%로 낮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는 종교기관/모임에서의 접촉 경험이 모든 연령대 중에 가장 높게 나와서 노년층의 종교 모임에서 혐오 표현이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혐오 표현의 대상자는 ‘정치적 반대자’, ‘여성’, ‘성 소수자’ 순으로 높았다.
 
개신교인들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비개신교인들과 큰 차이가 없었는데 신앙적 요인이 작용하는 성 소수자, 이슬람교인에 대해서는 혐오 표현 접촉 경험도 많았다. 이것이 혐오 표현이 아니라는 응답도 더 많아서 이들에 대한 비난이 정당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중직자나 신앙단계별로 4단계인 그리스도 중심층으로 갈수록 혐오 표현이 아니라고 응답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났다. 그리스도 친밀층(3단계)과 중심층(4단계)에서 ‘성 소수자’와 ‘이슬람교인’에 대한 혐오 표현을 한 경험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긍정적인 결과는 개신교인은 비개신교인보다 타인에 대해 혐오 표현을 한 경험이 약간 적었고, 특히 그리스도 중심층에서는 기독교 입문층의 절반 수준으로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개신교인들이 혐오 표현을 한 이유에 대해서 비개신교인들에 비해 합리적이거나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응답이 적고 그냥 싫은 느낌이 들어서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소수자, 장애인, 저소득층, 노인에 대한 응답에서 보면 사례 수가 적기는 하지만 개신교인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사회적인 차원에서 인식하기보다 개인적인 차원과 효율성의 측면으로 바라보는 경향을 드러내서 사회 문제를 이해하는 태도가 교정돼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혐오 표현은 출석 교회와 교계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일반 사회 영역에 비해 다소 낮기는 하지만, 48.4%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스도 친밀층’에서는 60% 넘게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계에서의 혐오 표현에 대해 기독교 입문층과 그리스도 인지층에서는 사회에서 보다 더 많이 한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교회 문화에 익숙하지 않거나 깊게 편입되지 않은 부류에서는 교계에서 혐오 표현하는 것으로 더 민감하게 느끼고 있었다.
 
출석 교회에서의 혐오 표현은 ‘목사/전도사’(66.9%)와 ‘중직자’(55.1%)로부터 경험했다는 응답이 상당한 비율로 나타났다. 교인 구성에서 목사/전도사의 비율이 매우 적고, 중직자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두 부류가 그 만큼 영향이 크고 혐오 표현을 매우 빈번하게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교회에서는 신앙이라는 명분으로 혐오 표현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교계에서의 성찰이 요구된다.
 
서로 배려하는 사회
 
혐오 표현은 하는 사람은 별 생각 없이 하는 말이더라도 그 말을 듣는 대상자에게는 크나큰 상처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혐오 표현이지 혐오 감정이 아니다. 감정은 비교적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고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지만 그것을 말이나 행위로 표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감정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이지만 표현은 사회적 행위이고 사회 문제가 된다. 이러한 혐오 표현이 교계에서도 적지 않게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목회자나 교회 중직자로부터 많이 경험한다는 사실은 기독교인들이 혐오 표현에 매우 무감각하고 이를 소홀히 여기고 있음을 알려준다.
 
흔히 혐오나 증오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특정한 사회적 ‘표준’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멸시와 배제의 대상이 된다. <혐오 사회>의 저자인 카롤린 엠케는 이러한 ‘표준’이라는 믿음 자체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순수성에 대한 맹신이자 폭력적인 편견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그는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편견이 개개인의 다양성을 지우고, 집단적 편견을 덧씌워 혐오하거나 증오해 마땅한 존재로 만들며 편견에 근거한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행위를 벌인다고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혐오해 마땅한 이유 같은 것은 없다고 단언한다.
 
여기에 기독교인들의 딜레마가 있다. 기독교인들은 성경을 절대적인 ‘표준’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성경의 가르침에 벗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특히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성 소수자나 이슬람교에 대해 더욱 그러하다. 특정 행위가 죄라고 생각하는 것과 그것이 죄라고 말하는 것, 그리고 특정인을 죄인이라고 말하는 것 사이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에게 죄인이라고 함부로 말할 권리는 없을 것이다. 특히 대상자가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매우 무례하고 폭력적인 행위이다. 성경을 표준으로 받아들이고 믿는 것과 그것을 혐오스럽게 표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기독교인들이 성경의 가르침 운운하면서 무례를 범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자주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다종교 사회이고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다원화된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가 믿는 종교만이 유일하고 우월한 종교라고 일방적으로 외치는 것은 크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우리의 삶의 모습과 행위로 기독교가 얼마나 위대한 종교인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설령 혐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폭력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스스로 절제하며 상대방을 배려하고 대화와 설득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갈등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가 보다 평화롭고 조화로운 사회를 이루는 데 기독교인들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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