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 28만명. 대부분 가정해체와 학교 부적응으로 거리를 떠돌지만 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갈 곳 없는 위기청소년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어른들이 있다. 부천역 인근에서 4년 째 위기 청소년을 돕고 있는 소년희망센터를 찾아가봤다.
 
 ▲소년희망센터에서 운동하고 있는 청소년들.ⓒ데일리굿뉴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밥과 위로”

부천역과 멀지 않은 한 상가에 유도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유도 수련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밝게 인사하는 아이들에게 저녁 먹었냐며 식당으로 안내 하는 사람이 있다. 소년희망센터 최승주 대표다. 최 대표는 이곳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며 건강한 사회진출을 돕는다.

소년희망센터는 세가지 사업에 힘쓰고 있다. 첫 번째는 위기 청소년 긴급지원이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의 생활비와 심리 치료를 지원하고 쉼터를 연결해준다.

두 번째 사업으로 청소년 미혼모를 돕는다. 애란원, 구세군두리홈 등 지역 시설과 연계해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분유와 기저귀를 보내주고, 사이버 대학 수업 등 교육도 지원한다.

세 번째는 청소년 자립을 돕는다. 센터가 운영하는 소년희망공장에서 주 30시간씩 일자리를 제공한다. 검정고시나 직업교육 훈련을 통해 사회진출을 위한 준비운동을 시킨다.

진환(가명,24)이는 1년 전 희망센터에 왔다.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다니며 집에만 있는 아이였다. 체구도 작고 소극적이었지만 이 곳에서 일하고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달라졌다.

최 대표는 “진환이가 센터에 온 뒤로 몸무게가 3kg정도 늘었다”며 “이제는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도 잘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센터에 새로 온 아이를 보며 ‘나도 변하는데 그 친구도 변할 것’이라며 되레 최 대표에게 용기를 줬다고 한다. 어느새 진환이가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이 아이들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 일은 거두는 사역이 아니라 씨 뿌리는 사역”이라며 “할 수 있는 일은 굳건히 그 자리에 있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 교육과 자립 돕는 ‘소년희망공장’
 
 ▲소년희망공장에서 청소년들은 능동적인 삶의 주체로 성장한다.(사진제공=청년희망공장)

소년희망공장이 있기까지 남편의 도움이 컸다. 최 대표의 남편 조호진 씨는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5년 카카오 스토리 펀딩에 위기청소년의 아픔을 그린 ‘소년의 눈물’과 ‘소년이 희망이다’를 연재했다.

기대 이상으로 1억이 넘는 후원금이 모였다. 최 대표 부부는 후원금을 거리 청소년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청개구리 식당’, ‘위기청소년 유도단’ 등 관련 단체에 나눠줬다. 나머지 6000여 만원으로 소년희망공장을 세웠다.

소년희망공장은 카페로 시작했다. 이곳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고용해 자립을 돕고 유대 관계를 쌓았다. 사업 경험 없이 뛰어들었기에 카페는 적자를 기록하며 폐업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하나님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시고 부족한 부분들을 놀랍게 채워가셨다고 고백한다. 그는 “새벽기도에서 눈물로 기도하던 중 내가 아닌 하나님이 하셨다는 응답을 받았다”며 “믿음으로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 후 우연히 참여한 JTBC 자영업자 위기탈출 프로그램 ‘나도 CEO’에 채택돼 지금의 소년희망공장 ‘컴포우즈 커피’가 만들어졌다.

소년희망공장에서 5명의 위기 청소년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을 돕고, 치유 프로그램과 사회적응 훈련도 병행한다.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능동적인 삶의 주체로 성장한다.

최 대표는 “상담은 청소년들이 안 오면 그만인데, 자립매장은 학생들이 돈 때문에라도 계속 온다”며 “어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속마음도 이야기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맞는 조언을 해주고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년희망공장은 최근 마곡지구에 2호점을 내고 강서 청소년 복지센터와 연계해 청소년 3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앞으로도 지역 협동조합과의 협력으로 규모를 확장해 더 많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돌볼 계획이다.

최 대표는 “소년희망공장이 아이들과 사회를 잇는 ‘징검다리’가 되길 소망한다”며 “이곳에서 위기 청소년들이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다른 곳에 가서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기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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