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강행했던 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이 일단 접혔다. 하지만 홍콩인들의 분노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지난 16일 법안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또다시 거리로 나와 ‘검은 대행진’을 벌였다.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검은 대행진’(사진제공=연합뉴스)

송환법 '완전 철폐' 촉구

“범죄인이더라도 사법제도가 불공정한 중국에 홍콩인을 보내면, 중국이 그들의 인권을 침해해도 그들을 데려올 수도, 인권을 보장할 방법도 없어요.”

홍콩의 최대 규모 공원 빅토리아 파크에 모인 시민들은 홍콩의 죽어가는 민주주의를 추모하는 의미로 검정 옷을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을 기리기 위해 우산을 들고 나온 이들도 있었다.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처음 터진 건 지난 9일이었다. 당시 1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은 친중파 캐리 람 행정부가 추진한 ‘송환법’ 반대를 외치기 위해 거리로 나온 것.

홍콩 정부의 개정안 2차 심의가 예정됐던 12일에는 시민들이 입법회 건물 주변을 봉쇄해 법안 처리를 무산시켰다. 시민들의 반대 시위가 격화되자 림 장관은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결국 개정안 처리를 무기한 연기할 것이라고 밝히며 공개 사과했다. 시위 당시 경찰들의 강경진압과 유혈사태, 시민 추락사 등 긴장감이 역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송환법’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으로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다고 허용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대만에서 한 남성이 20대 홍콩 여자 친구를 살해한 뒤 홍콩으로 도주한 사건 이후 급속도로 추진됐다.

다만 개정안은 중국 본토 정부가 악용할 가능성이 커 논란이 된다. 중국 정부가 홍콩 내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 등 반체제인들을 송환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범죄인 인도법 추진 중단이 아닌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홍콩에 있는 외국인, 여행객까지도 잠재적 인질의 가능성이 있었기에 영국·미국·캐나다 등 12개국에서도 반대 시위가 연일 계속됐다.

외신은 이번 홍콩 시위가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 시위라고 보도했다. 사퇴까지 촉구한 시민들에게 캐리 람 행정장관은 처음으로 직접 사과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시위대가 요구한 송환법 철회와 자신의 사퇴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한편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법개정을 반대하는 미국이 홍콩 시위 문제에 개입하려는 조짐도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범죄인 인도 법안’ 문제도 분명히 포함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법안 처리 연기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미국 등에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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