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우호적으로 변하는 가운데, 교회에서도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크리스천 동성애자들은 교회에 전혀 내색을 하지 못한 채 남몰래 신앙과 성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교회 안에서도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교회에 이 문제를 털어놓지 못해 혼자 고민과 좌절을 반복하는 청년들은 결국 교회를 떠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데일리굿뉴스

"죄라는 것 알면서도 동성애 끊지 못해"…우울증·정신과 상담 빈번

사춘기 때 처음 동성애에 눈을 뜬 지 20여 년. 권지회 씨는 어느새 서른이 훌쩍 넘었다. 주변에서는 '왜 결혼을 하지 않냐'며 재촉하지만,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

권 씨는 교회에서도 신실한 청년으로 통했다. 예배 준비 등 여러 사역을 맡으며 열심히 교회를 섬겼다. 하지만 속에서는 남모를 고민이 계속됐다. 동성애 유혹을 참아보려 했지만 번번히 넘어졌다. 동성애가 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동성애 생활을 끊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모든 화살이 돌아갔다. 급기야 심한 우울증 증상까지 나타났다.

갈보리채플 서울교회(이요나 목사)에 7년째 출석하고 있는 권지회(32) 씨의 이야기다. 권 씨는 갈보리채플에 오기 전까지 자신이 동성애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권지회 씨는 "예수님을 믿으면서 동성애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다른 분들이 봤을 때는 '그게 무슨 예수를 믿는 거냐'라고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나름대로 축사 집회도 가보고 우울증 약도 오랫동안 복용을 해봤지만 마음 속에서 자꾸 생겨나는 동성애적인 성향들이 계속 부딪히다 보니까 '내가 예수님을 믿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내가 교회를 떠나야 되는 건가?' 갈등이 컸다"고 털어놨다.

권 씨는 결국 탈동성애 사역을 펼치는 갈보리채플 서울교회를 찾아갔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성경을 읽고 교회 중심의 생활을 하면서 점점 동성애 생활과 멀어지게 됐다. 평생 복용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울증 약도 끊었다.

하지만 동성애 유혹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권 씨는 "전날 말씀을 읽고 평안한 마음으로 잠들어도 다음날 아침에는 다시 스멀스멀 생각이 나 괴롭다"며 "동성애는 평생 싸워야 하는 죄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서울 ㄱ교회에 출석하는 김동우(가명) 씨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교회에 얘기하지 못했다.ⓒ데일리굿뉴스

"동성애 문제 알려질까봐 밝히기 어려워"

동성애는 본인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 또한 고통에 빠뜨린다. 특히 가족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또 수년 간 함께 신앙생활을 하며 쌓인 관계가 모두 단절될까봐 교회에 밝히는 건 더욱 어렵다. 중보기도를 요청하고 싶어도, 자신의 은밀한 죄를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

서울 모 교회에 출석하는 김동우(가명, 29)씨는 교회에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얘기하지 못했다. 김 씨는 "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마음은 곪아가는데 겉으로는 거룩한 모습을 보였다"며 "크리스천인데 위선적으로, 이중생활로 지내야 된다는 게 가장 힘든 점"이라고 털어놨다. 

교회 교역자들은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자란 크리스천들도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동성애가 단순히 개인의 성적 취향, 하나의 성문화라는 인식이 만연해지면서 동성애를 죄라고 가르쳐도 '하나님은 사랑이신데 왜 동성애가 죄인지 모르겠다'고 되묻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모 대형교회에서 새가족부를 맡고 있는 이지은(가명, 36세) 씨는 "초창기보다 10년이 지난 지금 동성애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청소년, 청년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며 "이들도 교회에서 동성애가 죄라고 하기 때문에 벗어나 보려고 노력하지만 참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육체적인 쾌락을 끊기 힘들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해당 교회에서는 집중적인 성경 공부와 공동체에서의 친밀한 교제를 통해 이들을 돕고 있다. 오랜 인내의 시간 끝에 동성애를 벗어난 이들은 탈동성애 간증을 통해 아직 동성애 가운데에 있는 사람들을 권면한다. 실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크리스천 동성애자들은 "성경 말씀과 교회 공동체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동성애 유혹과 싸울 수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정죄에 대한 두려움으로 교회에 밝히지 못한 채 혼자 해결하려고 했을 때는, 정작 우울증이 더 심해질 뿐 동성애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신과 상담도 소용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동성애가 혼자만의 힘으론 끊어낼 수 없는 지독한 중독과 같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알코올 중독과 니코틴,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회복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또 이들을 위한 전문 치유 프로그램과 단체가 존재하는 것처럼, 일종의 성 중독에 해당하는 동성애 역시 마찬가지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동성애 상담사례와 탈동성애 간증을 담은 책 <거기 누구 없소, 나 아픈데>를 출간한 이요나 목사는 "지난 10년 간 상담을 한 크리스천 동성애자가 2천여 명에 달한다. 한 개인이 상담한 것만 이만큼인데 실제로는 몇 배나 더 많을 것"이라며 "남몰래 동성애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크리스천 청년들이 혼란과 방황을 끝낼 수 있도록 교회가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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