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정책이 31년 만에 바뀐다. 기존 1~6등급으로 분류되던 장애인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제로 전환된다. 장애 정도에 따라 중증과 경증 정도만 구분해 지원서비스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정책 변화의 골자다.
 
 ▲기존 1~6등급으로 분류되던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되고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제로 장애인 정책이 전환된다.(사진제공=연합뉴스)

수요자 중심 지원체제로 전환
 
#. 휠체어를 사용 중인 지체장애 3급인 A씨는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고 싶지만 이용대상이 1~2급 장애인으로 한정돼 이용이 불가하다.
 
이제는 A 씨의 사례처럼 장애등급제 때문에 혜택·지원 등이 제한되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장애등급에 따라 각종 지원을 차등적으로 제공해왔던 기존 정책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1988년 도입된 '장애등급제'는 복지혜택을 장애등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제공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의학적인 심사에만 기반해 장애인의 개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기 힘든 제도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정책 개정은 이 같은 여론을 정부가 반영한 결과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지적이 많았던 장애등급제는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장애인 개인의 욕구와 상황을 파악하는 수요자 중심의 지원체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내달부터 국가에 등록된 장애인은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구분된다. 현재 1~6급 장애등급제는 없어진다. 기존 1~3급은 중증으로, 4~6급은 경증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따로 장애인 심사를 다시 받거나 장애인등록증(복지카드)을 새로 발급받을 필요는 없다.
 
장애등급 폐지에 따라 장애등급을 기준으로 지원되던 141개 장애인 서비스 중 23개는 서비스 대상이 확대된다. 장애인 건강보험료 할인율도 현행 1·2급 30%, 3·4급 20%, 5·6급 10%였으나, 7월부터는 중증 30%, 경증 20%로 변경돼 경감 혜택이 커진다.
 
이 밖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서비스 200여 개도 대상이 확대된다. 의정부시가 유료방송이용요금 지원 대상을 1급에서 중증으로, 이천시는 수도요금 감면 대상을 1·2급에서 중증으로 변경한다. 복지부는 "그 외 서비스들은 '장애인이 불리해지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부분 현행 수준의 지원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번 정책에서 주목되는 건,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도입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장애인의 일상지원 필요도'를 세밀하게 파악한다. 종합조사는 장애인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인지·행동 특성, 가구환경 및 사회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서비스 혜택 정도가 결정된다.
 
종합조사는 활동지원 급여와 장애인 보조기기, 장애인 거주시설, 응급안전서비스 등 4개 서비스에서 우선 적용된다. 장애인 이동지원 분야와 소득과 고용지원 분야는 서비스 특성에 맞는 종합조사를 추가 개발해 내년과 2022년부터 적용키로 했다.
 
새로운 종합조사가 시행되면, 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1인 월평균 지원시간이 120시간에서 127시간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중증 장애인의 경우에도 현재 월 최대 441시간 지원이 가능했다면 월 480시간까지 확대된다. 서비스를 이용할 때 본인이 내는 부담금도 최고 월 32만원에서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또 기존 수급자 가운데 종합조사에서 '수급탈락' 결과가 나온 장애인은 특례급여 47시간을 보장해 급격한 지원 감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는 장애계의 오랜 요구사항을 수용해 31년 만에 만들어진 것으로, 장애인 정책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출발점"이라며 "정책 당사자인 장애인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수렴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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