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정전협정 66년 만의 역사적인 만남이 성사됐다.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남·북·미 정상의 최초 비무장지대(DMZ) 만남에 전 세계의 눈이 한반도에 집중됐다.
 
 ▲남·북·미 정상이 역사상 최초로 3자 회동을 가졌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 등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남·북·미 관계…새로운 역사 쓰다
 
남북미 3자 회동이 30일 판문점에서 성사됐다. 역사상 초유의 만남에 세계는 숨을 죽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 모습을 보인 건 오후 3시 45분. 트럼프 대통령은 남측 판문점에서 먼저 나와 군사분계선으로 천천히 걸어가 김 위원장을 마중했다. 곧이어 김 위원장이 북측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북미 양국 정상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군사분계선 위에서 두 손을 맞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월경도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 북미 정상은 북측 판문각 앞으로 17걸음, 약 10미터 걸어갔다. 두 정상은 남쪽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악수를 하고 기념촬영을 한 후 함께 군사분계선 남측으로 넘어왔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북한 땅을 밟은 최초의 현직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모두가 기대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월경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남북미 3국 정상의 역사상 첫 회동이 극적으로 연출됐다. 조연을 자처하며 자유의집에 기다리던 문 대통령은 밖으로 나와 두 정상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3국 정상은 군사분계선 남측에 둥그렇게 모여 잠시 대화를 나눈 뒤 자유의집 회담장으로 함께 이동했다. 
 
북·미 양국 정상은 성조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배치된 회담장에서 모습을 공개했다. 회담장에서 진행된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은 "사전에 이야기된 만남이 아닌가 하는데, 어제 트럼프 대통령께서 (트위터) 그런 만남을 제안해 나도 깜짝 놀랐다"며 "정식적으로 만날 것이라는 걸 오후 늦은 시각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적대관계였던 두 나라가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평화의 악수를 한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의 표현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하루 만에 이런 만남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발언 중간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김 위원장이 만남에 응하지 않으면 난처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했는데 김 위원장께 감사드리며 판문점의 경계석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북미 정상은 배석자와 취재진을 모두 물리고 단독회담을 진행됐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122일 만에 열린 사실상 '3차 북·미 정상회담'이었다. 회담은 당초의 예상을 깨고 약 53분간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시 52분 단독 회동을 마쳤다. 별도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문 대통령은 두 정상과 함께 자유의집을 나섰다. 세 정상 모두 환한 표정으로 회담 결과를 방증했다.
 
이번 회담에선 실무 협상 재개 논의 등에 대한 발언이 긴밀히 오간 것으로 보인다.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상당히 좋은 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인 협상과 합의를 하기로 했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2∼3주 내 실무팀을 구성해 실무 협상을 하겠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동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전설적인, 역사적인 날'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이 만남 자체가 역사적이라고 했는데 동의한다"며 "여기서 더 역사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에 대해서는 신중함을 내비쳤다. 그는 "서두를 필요는 없다. 서두르면 항상 실패하게 된다"며 "속도보다 제대로 협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3자 회동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오산 공군기지에서의 연설을 끝으로 1박 2일 간 한국 공식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한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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