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사이트] 단순 노동이던 '알바', 이제 판도는 바뀌었다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

최상경 기자(cs_kyoung@goodtv.co.kr)

등록일:2019-07-08 19: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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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직업 혹은 노동에 대한 담론은 총 두 가지로 압축된다. 정규직 내지는 비정규직으로 말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사람들 입에서는 '알바'라는 말이 더 자주 오르내린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상승 등 최근 이슈가 터질 때마다 빠지지 않는 주제도 '알바'였다. 심지어 고용악화로 '알바'를 본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 수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50만 명에 육박할 정도다.

이쯤 되면 하나의 질문이 나올법하다. 알바도 하나의 직업이지 않을까. 생업으로 시간제 노동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음에도 왜 '알바'는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 이 같은 질문을 우리사회에 큼직한 목소리로 묻고 있는 한 권의 책이 존재한다. 이 책을 쓴 저자는 현직 맥라이더(맥도날드 배달기사)이자 알바노조 위원장을 지낸 박정훈 씨다. 2016년 국회 앞에서의 '최저임금 1만 원' 단식 투쟁과 2018년 '폭염수당 100원을 주세요' 1인 시위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알바경험에다 알바노조로 활동하며 들은 '알바생'들의 목소리를 토대로, 오늘 지금 여기 알바노동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특히 알바 노동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맥도날드, 편의점 알바노동자들과 여성 알바노동자들 이야기에 주목한다.
 
 ▲지난해 8월 폭염 대책 마련을 위한 면담을 요청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정훈 씨.(사진제공=연합뉴스)

백수들의 노동 '알바', 이제는 제3노동시장?

"사람들은 알바가 해외여행을 가거나 비싼 스테이크를 먹고 고급 옷을 입으면 사치라고 여긴다. 심지어 분노한다. 능력과 자격에 따라 욕망도 통제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심지어 맥도날드에서는 식사시간에 지급되는 햄버거도 직급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맥도날드를 흔히 '알바계의 삼성'이라고 부른다. 최저임금에다가 주휴수당 각종 수당을 잘 챙겨주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스케줄을 조정할 수도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4시간 노동 뒤 30분의 휴게 시간을 보장한다. 하지만 최저임금과 각종 수당 지급의 이면에는 고강도 노동과 화상의 위험이 상존한다. 한국의 편의점은 '근로기준법 위반의 진열대'라고 부를 정도로 무법천지다. 근로계약서 위반, 주휴수당, 휴게 시간, 시재 채우기, 폭언과 폭행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자는 아직도 알바가 단순한 노동으로 폄하되는 현실을 먼저 개탄한다. 지금까지 알바는 학생이나 주부들이 용돈를 벌기 위한 단순노동으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소위 '정상적인' 직업을 갖지 못한 탈락자들의 노동, 즉 '실업자'와 '백수'들의 노동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알바생들을 조직적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노동시장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제 알바노동은 프랜차이즈 산업을 움직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이렇게 변화한 노동시장을 제1노동시장인 정규직, 제2노동시장인 비정규직과 구분 지어 저자는 '제3노동시장'이라고 부른다.

제3노동시장의 출현에 저자가 의미를 두는 것은 이에 따라 노동시장의 풍경이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의 부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 알바노동이 실업자 등 잉여인력을 끌어다 썼다면 플랫폼 노동은 일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간을 끌어다 쓴다. 예를 들어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한 100명의 배달기사에게 1초단위로 배달 건수가 도착하면 그 중 1명이 배달 주문을 처리하는 식이다. 그야말로 누구나 남는 시간 동안 애플리케이션에 접속만하면 노동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자발적으로 '제3노동시장'으로 뛰어드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일만 하는 삶에서 벗어나 여유와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능동적 알바노동자'가 그 주인공들이다. 선천성 뇌하수체 종양을 앓은 적이 있는 44세 김민성 씨는 자유로운 시간 활용을 위해 맥도날드 배달 노동을 선택했다. 1980년생 정승범 씨는 밴드에서 기타를 계속 치고 싶어서 배달 노동을 한다. 38세 디자이너 H는 여유롭게 살고 싶어서 알바노동을 선택했다. 제
▲박정훈 지음 / 빨간소금
3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변화가 오고 있는 셈이다.

저자 박정훈 씨는 "자발적으로 알바노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알바노동을 예외적인 노동이 아닌 하나의 선택으로 인정할 때 다양한 직업과 삶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알바시장의 지각변동은 단순한 징후가 아니다. '제3노동시장'인 알바의 본질을 파헤치는 저자의 시각을 쫓다 보면 미래에 지향해야 할 사회적 가치들을 발견하게 된다.

책의 제목처럼 저자는 큰 목소리로 우리에게 묻는다.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라고. 이 질문에는 새로운 시각으로 노동시장을 바라보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사회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의 질문을 따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정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주휴수당과 적정한 휴식시간을 제공하지 않으려는 속셈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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