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확산되며 가정폭력에 노출된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보호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여성의 인권보호는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법원에서 인권 보호를 강화한 첫 판결이 나왔다.(사진제공=Pixabay)

이주 여성 40%, 가정폭력에도 신고 어려워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7월부터 8월까지 우리나라에 사는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2.1%(387명)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

욕설과 신체폭력, 성적 학대까지 당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그중 36%에 불과했다.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꺼리는 이유는 현행법상 체류 허가, 국적취득과 관련된 권한이 실직적으로 남편에게 종속돼 있기 때문이다. 피해를 호소하려면 한국에 더 이상 체류할 수 없음을 각오해야 한다.

국적취득 이전이라도 결혼이주여성이 가정폭력 피해를 입증하면 합법적으로 체류자격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혼 판결문에 이혼 귀책 사유가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음이 명시돼야 한다.

참기 어려운 폭력으로 이혼을 결심해도 자신이 피해자라는 증거를 스스로 모두 수집해놓고 이를 이혼 재판에서 완벽히 입증해야만 하는 것이다.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이채희 센터장은 "합법적 체류자격이 보장되지 않은 결혼이주여성은 폭력 이후에도 선택권이 좁다"고 지적했다.

이주여성 인권 보호 강화 판결 나와

하지만 최근 들어 이주여성 인권을 보호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대법원은 체류 기간 연장을 위해서는 "남편의 전적인 책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원심을 뒤집고 "남편에 주된 책임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법에 나온 ‘자신(이주여성)에게 책임이 없는 경우’를 ‘모든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고 해석하면 이주여성에게 지나치게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한국인 배우자의 전적인 귀책사유를 입증해야만 체류 자격을 연장해 준다면 외국인 배우자가 혼인 관계를 적법하게 해소할 권리를 행사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한국인 배우자가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생긴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부당하게 추방당할 위기에 놓인 결혼이주여성의 인권 보호를 강화한 결정"이라며 "이주여성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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