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산을 뿌려 버리겠다고 하셨어요. '너 조심해. 염산 뿌릴 거야'…(중략)…그분이 그다음 주에 옆집 할머니를 칼로 찌르셨어요."-복지플래너 A 씨

"임신한 저한테 '배 안에 있는 아기를 어떻게 하겠다.' 이런 말을 들으니까, 저도 일을 그만두고 싶었어요."-복지플래너 B 씨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방문노동자이 단순한 감정노동을 넘어 수용할 수 없는 과도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 카드뉴스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

감정노동 강화…외상 후 스트레스 등 증상으로 번져

고령사회 진입으로 복지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공공부문 서비스 감정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이 매우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소장 이정훈, 센터)는 최근 감정노동 실태를 분석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방문노동자 감정노동 연구-복지플래너와 방문간호사를 중심으로' 연구보고서를 발행했다.

연구보고서는 지난해 12월 5~17일까지 구청 소속 복지플래너 8명과 방문간호사 10명, 방문노동자 서비스를 받는 시민 3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찾동 방문노동자 감정노동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감정노동을 넘어 수용할 수 없는 과도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조사에 임한 방문노동자들은 업무 관련 어려움이나 직접적인 언어·물리적 폭력, 성추행·성희롱 등 다양한 경험을 호소했다. 복지플래너의 경우 고독사나 자살 목격 등 외상사건도 확인됐다.

찾동 방문노동자들이 경험한 감정노동은 또 다른 고통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방문노동자들에게 소진, 외상 후 스트레스, 자책감, 건강 악화 등의 부정적인 증상이 뒤따랐다. 가족에게 부정적 영향이 전이되는 양상도 드러났다. 복지플래너 C 씨는 "감정을 쌓아 놓았다가 집에 와 6살짜리에게 투사하며 미안함을 느꼈다"고 보고했다.

고령사회 진입으로 복지서비스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찾동 영역에서 일어나는 지나친 감정노동은 찾동 방문노동자뿐 아니라 공공부문 노동자 전체의 문제이며, 더 나아가 국민들이 받을 복지서비스 질적 향상과 연결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감정노동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정훈 센터 소장은 감정노동자가 늘어난 우리 사회에서 감정노동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찾동 방문노동자의 감정노동 보호를 위해 제도 마련 및 처우 개선, 안전한 노동환경 구축 등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이 소장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해 희생, 봉사, 친절, 공공의 종(公僕)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주민 참여의식 고양 캠페인과 복지서비스 시민 인식개선 활동 등을 통해 사회적 인식개선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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