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한다.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선한 행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주민들이 버린 온갖 쓰레기로 신음하던 서울 강북구의 오패산이 한 사람의 희생적인 봉사로 아름다운 꽃동산으로 변했다. 그것도 한 두 해가 아닌 현재까지 26년간 쉬지 않고 오패산을 변화시키는 한 사람의 희생적 헌신에 의한 결실이다.
 
▲지난 26년간 꽃샘길에 90여 종의 꽃과 나무로 꽃대궐을 조성한 김영산씨 ⓒ데일리굿뉴스

강북구 번2동 주민 김영산 씨(65)는지난 1994년 암 투병 중에 온갖 생활쓰레기로 뒤덮인 오패산 오동근린공원의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단순히 쓰레기만 치우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길도 새로 만들면서 발길이 끊어진 곳에다 나홀로 수술(?)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 1994년에 번동으로 이사와서 오패산에 가보니 온갖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고 그 악취가 너무 심각했어요.그냥 두면 안 되겠다 싶어 수거하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쓰레기만 치우는데도 7~8년이 걸렸지요."

당시 그는 암환자였다. 몸도 많이 약해진 상태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는 이 일을 묵묵히 감당했다. 그렇게 쓰레기만 치우다가 빈 공간에 꽃을 심었다.

우연히 꽃을 심었더니 주민들이 더 이상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을 목격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리고 본격 꽃길 조성을 시작했다.

그렇게 묵묵히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혼자서 감당해오면서 자연과 접하던 중에 건강도 되찾았다. 물론 초반에 암이 재발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회복했다.

"암을 고치려고 이 일을 한 것이 아닌데도 늘 자연과 가까이 하다 보니 건강이 저에게 선물로 주어진 것 같습니다."

김 씨는 건강을 되찾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김 씨는 지난 26년간 꽃샘길에 90여 종의 꽃과 나무로 꽃대궐을 조성했다.

그 총 규모만도 1만 여 평이다. 그렇게 혼자서 묵묵히 사비를 들여 꽃길을 조성하는 가운데 김 씨를 도와 함께 꽃길을 조성하는 단체도 생겼다.

오동우정회와 아사모(아침사랑모임) 같은 단체들이다. 또 필요한 장비를 제공해주는 주민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꽃샘길의 대부분은 김 씨 혼자 관리하고 있다.

매년 9월 오동근린공원 내 김 씨가 조성한 꽃샘길에서 강북구청이 꽃샘길 축제를 연다. 구청은 또 김 씨의 한결같은 봉사에 힘을 보태기도 한다. 덕분에 올해 사계장미가 심어졌고, 데크와 화장실 등의 시설도 갖췄다.

김 씨의 헌신적 활동이 알려지면서 기업체나 지자체 및 기관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제8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국무총리 표창도 수상했다.

"이제 20여년 넘게 꽃길을 조성해 온 만큼 저를 이어 이 꽃길을 잘 가꿀 후계자가 생긴다면 후계자에게 물려주고 싶은데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네요. 하지만 언젠가 나타나겠죠?"

오늘도 김 씨는 꽃을 심고 나무를 손질하기에 여념이 없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