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윤동주의 문장을 한글 서예로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한글서예축제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는 경기 파주출판단지 지혜의 숲에서 8월 4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예술로 통하다 협동조합 꼴통, 춤추는 평화, AVEC이 주최하며 작가로 홍순관, 다나카 유운, 오카야마조선학교 학생들이 참여했다.ⓒ데일리굿뉴스
 
전시 이름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가 쓴 '나무'의 일부 구절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우리 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기 위해 일제강점기 때 한글로 글을 썼던 윤동주의 시를 전시 주제로 채택했다.
 
이번 전시는 가수이자 서예가인 홍순관 씨가 2년간의 기획 끝에 마련했다. 서예작품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되짚어 보고,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평화의 모습을 그려보자는 취지에서다. 그는 "이번 전시가 의미 있는 이유는 한글 서예를 매개로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벽면에 가장 많이 걸려 있는 글씨는 홍 씨의 작품이다. 그는 윤동주의 시 '나무', '자화상', '슬픈 족속', '십자가' 등을 붓과 먹으로 표현했다. 윤동주의 시 뿐만 아니라 '자 다들 슬슬 일 합시다', '내 길을 걷는 것이 평화입니다', '팔복'과 같이 일상에서 느낀 생각이나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작품에서 녹여냈다.

 
 ▲일본 오카야마조선학교 학생들이 쓴 작품이 전시돼 있다.ⓒ데일리굿뉴스
 
일본 오카야마조선학교 학생들의 서예와 일본인 서예가 다나카 유운의 유작도 눈길을 끈다. 조선학교 학생의 작품이 한국에서 전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는 해방 후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한국인들이 우리 말을 지키기 위해 세운 학교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학교 40여 개 중 오카야마조선학교만이 유일하게 서예를 가르치고 배우고 있다. 아이들은 '아는 것이 힘', '하면 된다', '시간은 금이다' 등 잘 알려진 명언과 '장고춤', '력사적인 수뇌회담 통일아 어서 오노라'와 같이 민족과 통일에 대한 말을 써냈다.
 
일본인 서예가 다나카 유운의 유작 두 점도 함께 전시됐다. 전시 벽에는 그가 한글로 쓴 윤동주의 '서시', '별 헤는 밤'이 내걸렸다. 다나카 씨는 2005년 무렵 윤동주의 ‘서시’를 읽고 감명을 받아 원문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고, 윤동주, 이육사의 시를 한글서예작품으로 남겼다. 그는 작년 2월 6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행사를 기획한 홍 씨는 "다나카 선생은 윤동주, 이육사의 시를 사랑했고,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한글을 배우며 붓글씨를 썼다"며 "이분의 유작은 한일 간 평화화 화해의 상징이 될 것 같아 전시했다"고 밝혔다.
 
관전 포인트로는 조선학교 학생들의 글씨를 꼽았다. 그는 "초1부터 중3까지 있다"며 "조선학교 학생들의 한글, 조국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별세한 일본 서예가 다나카 유운의 유작인 윤동주의 '별 헤는 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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