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빌보드 차트에 등장했던 한국 인기 동요 '상어가족'의 영어판 '베이비 샤크'(Baby Shark)가 미국의 한 공공 전시장에서 '노숙자를 내쫓으려는' 목적으로 밤새 재생되고 있다.
 
 ▲레이크 파빌리온에서 밤새 상어가족 영어판 동요가 재생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계속 들으면 짜증"…노숙자 단체 "비인간적" 반발

플로리다주 남부 웨스트팜비치 당국이 도심에 있는 레이크 파빌리온 전시장 인근에서 노숙을 막기 위해 임시로 동요를 재생하는 조처를 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현지시간 18일 보도했다.

해안가에 있는 전시장은 지난해 164건의 행사를 치렀을 만큼 자주 사용된다.

그런데 최근 몇 주간 인분 등의 '불쾌한 흔적'이 전시장 입구 근처에서 발견됐다고 키스 제임스 웨스트팜비치 시장은 말했다.

제임스 시장은 "많은 사용료를 낸 만큼 사람들은 좋은 시설을 즐길 권리가 있다"며 이곳을 청결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 당국은 베이비 샤크 외에도 '레이닝 타코스'라는 미국 동요도 틀고 있다. 두 곡은 계속 반복되는 후렴구가 특징이다. 제임스 시장은 이 둘을 택한 이유에 대해 "계속 들으면 꽤 짜증 나기(aggravating)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 당국의 '무한 반복재생' 조치에 노숙자 인권단체 등은 "갈 곳 없는 안타까운 이들에게는 잔혹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노숙자와 빈민을 위한 전미 법센터'(NLCHP)의 마리아 포스카리니스 대표는 "이런 조치는 이미 절망적인 궁핍에 처한 노숙자의 삶을 더 비참하게 하는 것"이라며 "음악을 크게 틀어 이들을 몰아내는 건 그저 비인간적이고 정말 충격적인 일"이라고 고집었다.

BBC 방송은 과거에도 웨스트팜비치 인근에서 음악을 틀어 사람들을 몰아내려는 조처가 내려진 적이 있다고 전했다.

3년 전 레이크워스비치에서는 마약상과 노숙자를 쫓으려 클래식 음악을 틀었지만, 이들이 오히려 클래식 선율을 즐기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상어가족은 2015년 국내 교육분야 스타트업인 스마트스터디가 유아교육 콘텐츠 '핑크퐁'을 통해 내놓은 동요다. 북미권 구전 동요를 편곡한 2분 길이 노래로, 쉽고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노래는 지난 1월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3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 동요가 '핫 100 순위에 들어온 첫 사례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