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괴롭힘이 진화했다. 특정인을 온라인상에서 집요하게 괴롭히는 ‘사이버불링(cyberbullying)’이 세계적 문제로 대두됐다.
 
 ▲청소년 사이에서 온라인 괴롭힘을 의미하는 '사이버불링'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jbsa

극단적 선택으로 번지는 ‘사이버불링’
 
올 초 호주에서 유명 모자 브랜드의 광고모델로 나와 유명해졌던 14세 소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온라인 괴롭힘인 ‘사이버불링’ 때문이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2일 인천 계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여고생이 투신했다. 익명의 또래 여학생들로부터 ‘사이버불링’을 당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서로 모르는 청소년 10여 명이 모인 익명의 카카오스토리 채널이었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놓고 말싸움이 벌어졌는데 피해 학생이 표적이 됐다. 이들은 피해자의 실명과 학교 등 신상정보를 알아낸 뒤 “10분 단위로 네 사진을 하나씩 풀겠다”며 협박했다. 피해학생 페이스북에 게시된 사진을 가져와 공개된 댓글창에 7차례 띄우고 욕을 퍼부었다. “찾아가서 죽을 때까지 패겠다”는 말도 했다. 괴롭힘에 견디다 못한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학교폭력을 경험한 5만 명의 초중고생 중 ‘사이버 괴롭힘’을 당한 학생이 ‘신체 폭력’을 경험했다는 학생보다 많았다.
 
뒤늦게 대책마련 했지만 부실하단 지적 많아

문제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직접 대면하는 행위가 아니라 범죄로 인지하지 못하고 죄책감이 반감될 수 있단 것이다. 또한 주위에서는 피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워 피해자를 도와주거나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
 
 ▲인스타그램이 '사이버불링' 문제를 두고 해로운 콘텐츠라 판단되는 댓글, 사진, 동영상을 제한하는 기능을 추가했다.ⓒ인스타그램 공식홈페이지

피해가 심각해지자 대책 마련에 나선 곳은 인스타그램이었다. 인스타그램은 최근 악성 댓글을 판별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악성 댓글을 달려던 사용자는 자신이 남기려 한 문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다.
 
또한 ‘제한’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특정한 인물의 댓글을 숨길 수 있게 된다. 제한 조치를 당한 사람은 자신이 제한됐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심각성에 비해 안이한 대책이란 비판이 잇따른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악성 댓글을 달려고 할 때 ‘한번 더 생각해 보라’는 문구를 띄우는 방안은 청소년들에게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창호 한국 청소년정책연구원 박사는 “학교 폭력이 신체적 학대에서 사이버 폭력으로 옮겨가고 있는 양상”이라며 “사이버 폭력을 사전에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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