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밥 사주는 목사들'의 손님이 1년이 지나 '밥 사주는 삼촌'이 됐다. 한때 우울증까지 겪었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며 삶의 의미를 느낀다는 삼촌을 만나봤다.
 
 ▲지난해 '밥 사주는 목사들' 손님이었던 김성수 씨는 대가 없이 밥을 사주고 고민을 들어주는 '밥 사주는 삼촌'이 됐다.ⓒ데일리굿뉴스

때론 '들어주기'가 가장 큰 위로
 
'밥 사주는 삼촌' 김성수 씨는 24일 열 번째 손님을 대접했다. '밥 사주는 삼촌'은 신청만 하면 함께 식사하며 고민을 들어주는 '섬김' 활동이다.
 
신청할 때는 고민에 대한 조언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해결책보다 단지 답답함을 해소할 곳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다. 최대한 편안하게 밥을 먹고 얘기할 수 있도록 만나는 시간과 장소, 메뉴도 신청자에게 맞춘다.
 
웃음치료사인 김 씨도 고민이 많던 시기가 있었다. 그는 27년 동안 다닌 회사에서 퇴직한 뒤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목회자와 교인 간 소통 장벽을 허물자는 취지로 진행된 프로젝트 '밥 사주는 목사들'을 통해 큰 위로를 얻었다.
 
김 씨는 "조금은 어렵게 느껴졌던 목사님이 밥을 사주면서 내 얘기를 다 들어준다는 것이 큰 감동으로 다가와 내가 받은 만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다"며 "고민을 나눌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큰 힘이 되는데, 내가 그 역할을 감당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밥을 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가 없이 다른 사람의 고민을 지속해서 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김 씨는 "저로 인해 조금이라도 위로되는 사람이 있음에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하다"며 "밥과 차를 사드렸을 뿐인데 '덕분에 살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하는 분들이 많아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고 밝혔다.
 
'밥 사주는 목사들'로 활동했던 강훈 목사도 "목회자들의 섬김과 계몽을 위한 프로젝트에서 오히려 평신도가 도전받고 실천하는 모습이 놀랍고 대단하다"며 응원했다.
 
김 씨의 활동은 또 다른 섬김으로 이어지고 있다. 후원금을 전하기도 하고 직접 밥 사주는 삼촌·이모로 나서겠다는 사람도 있다. 일곱 번째 신청자는 고시생들이었는데 행정학 아카데미 '카스파' 김중규 대표가 밥을 사고 고민 상담도 했다.
 
김 씨는 "예상치 못하게 후원금이 들어왔을 때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무시할 수 없었다"면서도 "제 행동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감사한 일이고 밥 사주는 삼촌과 이모는 언제든 환영한다"고 말했다.
 
'밥 사주는 삼촌'은 고민을 털어놓을 대상이 필요한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신청은 블로그(bolg.naver.com/siloam63)나 SNS(instagram.com/siloam63) 메시지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김 씨는 "처음에는 밥 사주고 얘기를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심스러워지고 교만해지지 않으려 노력한다"며 "밥 사주는 삼촌이 없어도 되는 세상이 되길 바라기에 힘닿는 데까지 이 프로젝트를 계속 하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