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패션쇼에 ‘자궁 드레스’가 등장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지하며 하얀 드레스에 자궁무늬자수를 넣어 표현한 것. 구찌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2020 크루즈 콜렉션’에서 ‘자유, 평등, 자기표현의 지속적인 비전’이라는 페미니즘 슬로건과 함께 다수의 제품을 선보였다.
 
 ▲2020 크루즈 콜렉션에서 구찌가 자궁 무늬를 새긴 드레스를 선보였다.ⓒ구찌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내 몸은 내가 선택한다”

콜렉션에서 단연 눈에 띄는 제품은 낙태 금지 법안에 반대하는 제품이다. ‘자궁드레스’와 함께 “내 몸은 내가 선택한다(MY BODY MY CHOICE)”가 쓰여진 재킷도 소개했다.
 
이뿐만 아니라 티셔츠에 이탈리아에서 법적으로 낙태를 합법화한 날짜 ’22.05.1978’을 새기고, ‘차임(Chime)’을 적어 양성평등을 지지했다. ‘차임(Chime)’은 ‘바뀌어야 할 때 (Time for change)’를 살짝 비튼 말로 2013년부터 여성 권익 보호를 위한 구찌의 ‘차임 포 체인지(CHIME FOR CHANGE)’에서 유래한 것이다.
 
알렉산드로 미켈레 구찌 수석 디자이너는 패션쇼가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낙태 금지법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 “여성들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싶었다”며 “여성은 임신 중단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낙태는 여성에게 힘든 선택이고 이를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콜렉션을 통해 낙태 찬반 논쟁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젠더 평등’ 신념을 확실히 표현한 셈이다.
 
“기업 마케팅에 이용되면 윤리의식 추락 염려”

구찌의 낙태권 콜렉션을 두고 모순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모델들의 사이즈를 극도로 제한하는 곳이 명품업계기 때문이다. 정작 “MY BODY, MY CHOICE”가 적힌 옷을 착용하는 모델들은 자신의 신체 사이즈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없다.
 
또한 자수로 표현한 자궁드레스가 해당 기관을 가진 ‘여성’은 뒤로하고 ‘자궁’이라는 신체기관만 강조해 되레 ‘생식의 기능’만 강조했다는 비판도 있다.
 
기업 윤리가 무너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프로라이프 여성회 배정순 대표는 최근 열린 낙태법 정책토론회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마케팅이라 해도 이건 너무하다”며 ”낙태가 고민거리가 아니라 그저 취사선택의 대상으로 전락한 세상에서 과연 윤리와 도덕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낙태를 허용하는 것도 예의주시해야 할 문제지만 이를 통한 우리의 인식변화는 더 큰 문제”라며 “온라인으로 전 세계가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는 지금,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유튜버나 연예인, 글로벌 기업 마케팅에 이러한 의식들이 표현된다면 우리의 윤리의식이나 도덕들도 추락할까 염려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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