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직장인 A 씨는 전업주부인 아내가 수술을 받아 아들 2명을 돌보기 어려워지자 큰맘 먹고 육아휴직을 냈다. 마침 직장 일에 바빠 아이들과도 서먹해져 가던 차였다. 육아휴직은 A 씨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에게 잘 안기지도 않던 아이들은 같이 놀아주는 아빠가 너무 좋다며 "내일도 모레도 회사에 안 가면 좋겠다"고 했다.
 
A 씨처럼 육아휴직을 내는 아빠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민간부문 육아휴직자 5만 3,494명 가운데 남성은 1만 1,080명으로 20.7%를 차지했다. 육아휴직자 5명 중 1명이 남성인 셈이다. 남성 육아휴직자 비중이 20%를 넘어서고 반기 만에 1만 명을 돌파한 것은 사살상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작년 동기(8,466명)보다 30.9%나 급증했다. 이 추세대로 라면 올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2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아빠 육아 모임 '100인의 아빠단' 7기 발대식에서 참가한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육아휴직 급여, 최대 1,830만원까지 수령가능

남성 육아휴직자의 증가세는 '맞돌봄' 문화가 확산되고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율을 높여 소득감소 부담을 덜어준 것이 주효했다. 고용부는 "남자 육아휴직에 대한 거부감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데다 육아휴직 기간에 받는 급여가 오른 것이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2017년 육아휴직 첫 3개월 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60%로 높였다. 이어 올해부터는 첫 3개월 이후 9개월 동안의 급여도 통상임금의 40%에서 50%로 인상했다.
 
2014년에 도입한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도 월 상한액을 높이면서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이끌었다. 이 제도는 한 자녀에 대해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두번 째 사용자의 육아휴직 급여를 월 200만원 한도 내에서 통상임금의 100%로 지급하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기존 200만원에서 월 250만원으로 상한액을 올렸다.
 
덕분에 올 들어 육아휴직에 들어간 아빠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최대 1,830만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남성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뀐 것이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크게 늘어난 이유로 작용했다. 일부 대기업들 사이에서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거나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성평등 의식 등이 확산되면서 남성 육아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일례로 롯데그룹은 지난 2017년부터 최소 1개월 이상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해 제도시행 이후 약 3,700명의 남성 육아휴직자가 나왔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 모(35)씨는 "사회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이 늘고 이전보다 인식이 긍정적이어서 육아휴직 신청을 용기 내 결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기준 스웨덴은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 비율이 45.3%나 차지했다. 아이슬란드 45.2%, 노르웨이 39.2%로 우리보다 두 배 혹은 그 이상 높았다.
 
아직까지 남성 육아휴직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 가운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속한 사람은 6, 285명으로 56.7%에 달했다.
 
한양대 이삼식 정책학과 교수는 "남성 육아휴직이 늘고 있는 현상은 긍정적이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아빠들은 대체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어 여전히 휴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실적인 대응책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육아빠'의 증가에 따른 다양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작년 동기(8천466명)보다 30.9%나 급증했다.(도표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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