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슬람 유입이 늘어나면서 대학가 곳곳에서 무슬림을 위한 기도처를 마련하고 있다. 기독교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타종교에 배타적인 기독교 대학에서조차 유학생 유치를 위해 종교시설까지 마련해준 것이다.
 
▲무슬림 기도실에 카펫 위 코란이 펼쳐져 있다. ⓒ데일리굿뉴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무슬림 인구 30만명 중 이슬람권 유학생은 2016년 6,540명에서 2018년 9,989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대학가에서는 이슬람 기도실 마련과 할랄푸드 제공 등 다문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한양대학교는 국내대학 최초로 '할랄푸드코트'를 마련했다. 국민대학교는 무슬림 유학생들을 위한 기도실인 '사우디클럽'을 만들었다. 경희대와 성균관대, 서울대도 무슬림 학생들을 위한 전용 기도실을 운영 중이다.
 
기독교대학도 타종교까지 포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종교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세종대학교 기숙사 내에 '이슬람 기도실'에는 남녀를 구분하는 파티션과 코란 낭독을 위한 엠프를 설치했다.
 
이화여대는 유학생들 유입이 많아지면서 모든 종교가 함께 기도할 수 있는 '다문화명상실'을 만들었다. 기도실 한 쪽에는 할랄푸드를 비롯한 해외 음식들을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기기도 갖췄으며 무슬림을 위한 화장실 칸을 따로 만들었다.

학교 관계자는 "다양한 문화권의 유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모든 종교를 포용하기 위해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됐다"며 "이슬람 화장실 칸은 학생들의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우려시각도 없지 않다. 세종대학교 기독연합 회장인 이승찬 학생은 학교에 이슬람 기도실이 있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기독교 이념으로 세워진 학교에 모든 문화를 포용한다고 이슬람 기도실을 만들면 안됐다"며 "기독교에서는 하나님 외에는 다른 신이 없는 것이 진리기 때문에 이슬람 사람들을 사랑하고 품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의 종교까지 받아들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기독교대학에 무슬림을 위한 공간이 생겨나는 것에 대해 선교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온도 차가 있다.
 
FIM 국제선교회 대표 유해석 선교사는 "한국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한 사람들의 73%가 교회 다니던 기독교인들"이라며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을 만들며 기독교대학조차 나서서 이슬람의 확장을 북돋아 주는 일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중동연구원 김요셉 교수는 "한국교회가 이 땅에서 살아가기 시작한 무슬림들에게 여기서 원하는 대로 기도하고 포교하라고 말하면 안 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렇지만 그들을 거부하고 시위하면서 우리 신앙의 우월성을 나타내려는 방법으로는 저들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슬림들이 들어오는 지금 이 때를 저들에게 하나님 사랑을 보여줄 최대 기회로 여기는 것이 더 올바른 생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이인섭 교수는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슬람 사원은 움직임이 커서 정부에서 관리할 수 있지만 기도처는 드러나지 않은 공간이라 관리가 어렵다"며 "이슬람 기도실은 교계에서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