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개방적인 국가로 꼽히는 레바논에서 동성애자 보컬리스트가 이끄는 록밴드의 공연이 기독교인들의 반발로 취소됐다.
 
 ▲레바논 록밴드 '매시루 레일라'.(사진제공=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와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비블로스 국제페스티벌위원회'는 오는 8월 9일 예정됐던 록밴드 '매시루 레일라'의 콘서트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비블로스 국제페스티벌위원회는 이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며 팬들에게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비블로스 국제페스티벌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북쪽으로 약 40㎞ 떨어진 도시 비블로스에서 매년 열리는 음악 축제이고 올해는 8월 3일부터 같은달 24일까지 진행된다.

행사 주최 측의 이번 결정은 기독교인들의 압박에 따른 것이다.

지난주 레바논의 일부 교회 지도자들은 매시루 레일라의 노래들이 종교적 가치를 훼손한다며 공연 취소를 요구했다.

또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일부 네티즌들이 자신들을 '신의 전사들'이라고 지칭하며 매시루 레일라의 공연을 폭력으로 중단시키겠다고 했다.

매시루 레일라는 2008년 결성된 남성 4인조 록밴드로 레바논을 비롯한 중동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때로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리드보컬인 하메드 신노는 공개적으로 동성애자라고 선언했으며 이 밴드의 곡들은 가사에서 동성애 등 민감한 사회 현안을 다루고 있다.

매시루 레일라는 자신들의 노래는 모든 종교적 믿음을 존중한다며 "비블로스 페스티벌위원회가 콘서트를 취소한 결정에 매우 힘들다"고 밝혔다.

지중해 연안 국가인 레바논은 이슬람교와 가톨릭, 그리스정교 등 여러 종파가 어우러진 '모자이크 국가'로 불린다. 종교 구성을 보면 이슬람교 신자가 58% 정도로 가장 많고 기독교인은 약 36%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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