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한다.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선한 행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단순히 집이 없어서가 아닌 다양한 이유로 길거리에 나선 이들을 위해 28년간 봉사하고 있는 한 외국인 신부가 있다. 1990년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해 1992년부터 노숙인 뿐 아니라 독거노인, 장애인 등을 돕고 있는 김하종 신부는 '안나의 집'을 통해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 신부 ⓒ데일리굿뉴스

노숙인·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안나의 집'

"노숙인들도 우리의 형제, 자매입니다. 그들은 살면서 견디기 힘든 고통들로 인해 좌절하면서 길거리에 나서게 됐죠. 그런 이들의 심리적, 사회적, 육체적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 안나의 집입니다."
 
김하종 신부는 1998년 IMF로 인해 급격하게 증가하는 노숙인들을 보고 그들을 위한 식당을 운영하게 됐다. 김 신부는  자신도 과거 난독증 장애로 인해 고통 받았기 때문에 그들이 겪는 고통을 피부로 느껴 노숙인 선교를 시작하게 됐다.
 
현재 안나의 집에서는 노숙인이나 가출 청소년 등 길 위에 서있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급식과 쉼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무료급식 봉사는 오후 4시 30분부터 7시까지 하루 평균 550명 노숙인들에게 제공한다. 또 이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돕는 샤워실, 이발소 등도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 요일 별로 법률 상담, 진료, 옷 나눔, 취업 상담, 인문학 강좌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김 신부는 "노숙인들도 깨끗하고자 하면 깨끗하게 다닐 수 있고, 배우고자 하면 배울 수 있다"면서 "누구든지 이 곳에 와서 먹고 자고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노숙인 보다 2배 가량 늘어난 20만 명 가까이되는 가출 청소년들을 위해서도 도움을 줄 방법을 생각하다 그들을 직접 찾아가서 돕는 '아지트' 서비스도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아지트 서비스는 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으로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가출한 아이들을 직접 찾아 다니며 상담과 간식, 응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생활할 수 있는 쉼터와 교육 및 자립 지원 연결을 돕고 있다.
 
김 신부는 "무엇보다 길 위에 서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안나의 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 받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따뜻한 마음의 손길로 변화된 노숙인

이러한 안나의 집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노숙인과 청소년들도 많았다. 가족과의 분쟁으로 집을 나와 1년 가까이 노숙을 했던 이모 씨(48)는 이제는 노숙인이 아닌 엑스트라 전문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이 씨는 "안나의 집은 단순히 밥만 주는 곳이 아니라 의료와 교육 등 노숙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숙인 센터"라면서 "이 곳의 따뜻한 마음과 손길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다른 노숙인들도 다시 의지를 가지고 일어 설 수 있도록 일주일에 한번씩 안나의 집에서 꾸준한 봉사도 이어오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안나의 집이 길에 있는 수 많은 이들을 돕기까지 많은 어려움도 뒤따랐었다. 당시 외국인이었던 김하종 신부를 손가락질 하기도 했고, 안나의 집 때문에 더 많은 노숙인들이 성남으로 몰려들었다고 그만두게 하려는 사람들도 많았었다.
 
김 신부는 "그 당시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시대가 변한 지금은 우리를 지지해주는  봉사자들의 손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봉사가 알려지면서 지난 2월 26일에는 '제8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국민훈장 동백상을 받기도 했다.
 
김 신부는 "이 모든 공은 직원과 봉사자들의 노력 덕분"이라면서 "부족한 게 너무 많아 부끄럽지만 앞으로도 길 위에 있는 이들에게 더 깊이 있는 도움을 주기 위해 힘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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