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이 된 제주국제공항.(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달 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품 인도장. 비행기 탑승 전 인터넷이나 시내 면세점에서 구입한 면세품을 인도받는 이 구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인도장 한쪽에선 10여 명의 중국인 따이궁(代工·보따리상)이 바닥에 앉아 면세품 비닐 포장을 뜯어내고 있었다. 따이궁들이 있던 자리 주변에는 금세 '비닐 산(山)이 생겼다. 이들이 매입하는 양이 워낙 많다 보니 한 사람만 포장 해체 작업을 하고 떠나도 남은 자리엔 에어캡 등 각종 비닐포장이 산더미처럼 쌓여 통행을 방해할 정도였다.
    
따이궁과 더불어 여름휴가를 떠나는 인파가 몰려들면서 면세점 과대포장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공항에서 배출되는 비닐폐기물이 해마다 폭증하고 있지만, 공항 자체의 특수성 때문에 '관리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공항 면세품 인도장에서 발생하는 폐비닐은 하루 평균 4~5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여행 성수기에는 배출량이 더해져 10t까지 늘어난다. 이리저리 따져보면 인천공항의 비닐폐기물 처리 톤수는 연간 1,000t이 넘는다는 얘기다.

최근 3년간 면세점 비닐포장재 통계를 봐도, 면세점에서 사용되는 1회용 쇼핑백과 비닐완충재(뽁뽁이)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 면세점인 신세계·신라·롯데면세점의 쇼핑백 사용량은 2016년 7,000만장, 2017년 6,600만 장, 2018년 7,900만 장으로 집계됐다.

면세업계에서 유독 과대포장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액체류 면세품을 보안 봉투에 담아야 하는 '항공안전 규정'과 관련이 있어서다. 국가별 액체류 반입 규정이 달라 보수적으로 포장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규정이 있으니 면세점에서는 상품을 보안 봉투에 포장해 전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인도장까지 물품을 운반할 경우 면세업계 특성상 포장을 꼼꼼히 하지 않으면 파손 위험이 크다. 액체류는 더욱 그러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국제공항의 특수성상 폐기물 관할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탓이 크다. 공항 자체는 국토교통부 관할이고, 면세점은 관세청 소관이다. 이에 따라 폐기물 처리를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자 지금은 면세점협회에서 대신 치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사이 비닐폐기물은 방치되기 일쑤다.

환경부는 면세점에도 일회용품 사용 억제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국회에선 면세점에서 사용되는 비닐봉투에 대해서도 판매대금을 징수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폐기물 대란' 이후 대형마트와 빵집 등지에서는 비닐봉지 무상 제공이 금지된 상태지만, 면세점에선 여전히 '공짜'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면세점에서 비닐폐기물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데도 공항 자체의 특수성 때문에 지금까지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면서 "모든 면세점 비닐백에 환경부담금을 부과하고, 친환경적인 대체 포장수단을 도입해 근본적으로 폐기물을 억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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