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동안 인구는 가장 뜨거운 주제였다. 한때, 인구 증가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던 시절이 있었다. 인구 급증에 따른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은 세계적인 근심거리이자 해결과제였다. 그러나 요즘은 인구 감소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국경 막론 분야 불문 수많은 전문가들이 인구 감소에 대한 심각성에 경종을 울린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근심하는 나라 또한 계속해서 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런 현상이 왜 문제이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명확하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분명한 건 이미 인구 감소는 시작됐고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불러올 거란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인구 감소는 과연 인류를 어디로 데려갈 까.

국제적인 여론 조사기관 입소스퍼블릭어페어스의 최고경영자 대럴 브리커와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의 대표 저술가 존 어빗슨이 함께 쓴 '텅 빈 지구'는 그야말로 인구 감소를 둘러싼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특히 책에는 두 저자가 전 세계 6개 대륙을 누비며 인구 감소의 생생한 현실을 보여주고자 애쓴 흔적이 보인다. 더불어 전문적인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정치, 경제, 지역 문화, 여권 등 사회 전반적인 변동 요인을 살펴보며 인구 문제를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매월 출생아수는 3만 명 아래로 떨어지고 있고,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아이를 낳지 않는 출산율 최하위의 나라가 됐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인구 감소' 역사상 가장 놀라운 세계 동향

각국의 인구 현실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가운데 한국에 대한 분석이 꽤 흥미롭다. 이미 한국은 출산율 저하로 인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으며 청년 1명이 노인 3명 이상을 부양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의 출산율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저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그 추세가 변화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저자들은 한국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로 '포기해야할 변수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른바 '3포 세대'의 급증이 인구 감소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안정된 정규직 고용의 부족과 주택 마련의 어려움은 3포 세대를 5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확실한 일자리, 내 집 마련―로 전환시켰다. (…) 오늘날 이런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엄청나게 많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연령에 달하면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될 것이다. 건강보험을 비롯한 의료비 지출과 밀레니얼 세대가 내야 할 세금 또한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산율 감소로 인한 고령화, 인구 감소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뿐만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은 물론 중동, 아프리카 지역까지 출생률이 점점 줄고 있다. 출생률이 아주 높다고 알려진 개발도상국마저 아이를 덜 낳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같은 일부 이슬람 국가를 제외하곤 방글라데시·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은 모두 출생률이 2.1명을 밑돈다. 이 대목을 큰 충격으로 바라본 저자들은 "인간 스스로 만들어 낸 전례 없는 인구 감소의 흐름을 직시해야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지구의 인구는 자연재해, 전염병, 전쟁 같은 특별한 원인을 제외하곤 줄어든 적이 없었다. 줄곧 인간은 자손을 번식시키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인구 감소 현상은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의 결과다. 저자들은 이 같은 원인을 급격한 도시화와 여성의 교육, 여권 신장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면서 아이를 양육하는 데 드는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고, 여성의 교육 확대와 자율성 증대가 여성들의 임신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키웠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는 계속 도시화하고 있고, 교육을 받는 여성은 늘고 있으며 육아비와 교육비도 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쯤에는 "개발도상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저자들의 예측이다.

이민·다문화주의 수용이 해법
 ▲대럴 브리커, 존 이빗슨 지음, 을유문화사      


인구 감소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반적인 인식은 그렇지 않다. 저자들도 인구 감소가 또 다른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고령화 사회의 가속화로 인한 의료비와 연금 수요 증가, 노동력 감소, 경기 침체 등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다가올 미래의 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저자들은 노인과 젊은 세대 모두를 위해 평등을 촉진하고, 다문화주의에 바탕을 둔 이민자 수용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 가자고 제안한다.

두 저자는 "세계 어느 정부도 돈을 풀어서는 출생률 하락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출생률 회복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면 이민과 다문화주의를 수용하는 게 인구 감소에 대적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책의 제목 '텅 빈 지구'가 우리의 미래를 예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구 감소가 불러올 변화는 재앙일까. 아무도 정확하게 속단할 순 없다. 다만 저자들은 책을 통해 눈앞에 다가온 인구 감소의 현실을 모두가 직시하자고 말을 건넨다. 먼 훗날 '텅 빈 지구'가 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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