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구 선교사 ⓒ데일리굿뉴스
올 여름 휴가철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사실 휴가는 선교사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각 교단과 선교단체에도 선교사 안식년 규정과 쉼에 대한 원칙들이 있다.

그렇다면 선교사는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선교사들은 휴가 때 고국을 방문해 친지나 후원자들을 만나는 일을 계획하고 오랜만에 고국의 음식과 문화를 즐기면서 잠깐이라도 충전을 받고 가게 된다.

그런데 고국을 방문하면 아쉽게도 국내의 성도들이 선교사를 만나서 선교지의 이야기를 들을 상황이 조성되는 게 쉽지 않다. 오랜만에 온 선교사는 오지 산간 선교지에서 겪은 쉽게 경험할 수 없었던 하나님의 귀한 일을 나누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일상과 많은 관련이 없는 선교지와 선교사의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마음의 여유가 없다. 특히 선교사와 선교사역의 소중함은 알지만, 선교지의 어려움을 듣게 되면 괜히 선교후원을 해야 될 것 같은 부담도 작용한다.

많은 단기선교팀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선교지 정보가 흔치 않았기에 선교사에게 궁금한 내용들을 질문을 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손쉽게 선교현장의 정보를 알게 되니 굳이 선교사에게 묻지 않는다.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 선교사와 친밀감을 만들기도 어렵고, 단기선교 사역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야 되는 현실로 인해 선교사의 삶에 대해서 깊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예전만큼 깊지 않다.

그러다보니 선교사가 선뜻 쉽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곳이 많지 않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선교사들을 ‘국제학 교수’라고 생각하고, 근사한 식당과 카페로 선교사 부부를 초청해서 3-4시간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놀라운 것은 많은 선교사들과 각본이나 사전에 주제를 정하지 않아도 이 시간에는 선교사의 사역, 가정, 자녀문제, 진로문제 등 수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많은 선교사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큰 위로와 쉼을 얻는다고 고백했다.

선교현장에서도 지칠 때마다 이웃에 있는 선교사 부부와 같이 부부동반으로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때로는 밤늦은 시간까지 대화가 이어지면서 서로의 사역과 가정의 문제를 위로하는 시간이 되면서 ‘쉼’을 얻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됐다.

필자가 비자거부와 추방의 위기를 겪을 때 선교지를 방문한 단기선교팀이 있었다. 이 팀의 사역과 준비가 여러 면에서 큰 위로와 힘이 됐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그들의 진심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선교사님 어떻게 지내세요?”, “더운데 여기서 어떻게 지내셨어요?”, “선교사님은 선교지에 왜 오셨어요”, “선교사님은 언제 제일 힘드세요?” 등으로 짧은 단기선교팀의 시간이지만, 같이 지내는 동안 진심으로 선교사에게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질문하는 어린 학생 참가자들의 모습이 너무나 고마웠다.

‘후원이 중단되고, 몸이 아프고, 사역을 철수해야 하는 위기와 한 교회와 가정의 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내면에 약함을 드러내기 싫었고, 선교사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지내던 선교사에게 ‘선교사님 어떻게 지내세요?’ 라는 이 작은 한마디가 선교사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쉼이 되는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진지하게 선교사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어쩌면 그 어떤 위로와 쉼보다 중요하다. 상대방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라고 들은 기억이 있다. 혹시 주변에 계신 선교사들이 계신다면 짧게 다음과 같이 질문을 해 보면 좋지 않을까? “선교사님 어떻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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