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사업의 실패로 영과 육이 지친 사람들. 인생의 끝자락에서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는 이들을 품는 교회가 있다. 경기 성남시 가장 높은 동네인 상대원동의 은총장로교회는 오갈 곳 없이 방황하는 사람들을 10여 년째 섬기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 가장 높은 곳에 은총교회가 세워져 있다.ⓒ데일리굿뉴스

은총교회는 ‘다시서기공동체’와 ‘중국인선교센터’를 운영 중이다. 다시서기공동체는 가난하고 소외돼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무료숙식을 제공한다. 또 중국인선교센터는 중국동포와 중국인 선교사를 양성한다.

성남 상대원동 '은총교회' 中國人 담임목사

가장 낮은 곳에서 이들을 섬기며 변화시키는 일. 그 귀한 사역을 감당하는 사람은 놀랍게도 중국인이다. 조선족인 임도정 목사(은총장로교회 담임)는 여성으로 감당하기 힘들 수 있지만 하나님 주신 사명으로 여기며 감사히 임하고 있다.
 
 ▲은총교회 임도정 담임목사는 갈 곳 없는 노숙자와 중국 동포를 위해 무료숙식을 제공하며 10년 째 사역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출신인 임 목사는 중국 가정교회에서 사역했던 부모님과 현지 선교사를 통해 신앙을 키웠다. 한국인 남편을 만나 1995년 한국에 왔다.

2002년부터 본격적인 신학 공부를 시작하며 뇌적치유상담, 심리학 등의 공부를 병행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중국동포와 여성들을 돕기 원했고 2009년 여름 성남 상대원동 언덕바지에 지하 방을 얻었다. 수중에는 2만원이 전부였고 1년이 지나 교회를 세울 수 있었다.

어느 날 후배 목사가 모란역에서 다 죽어가는 노숙자 한 명을 부탁했다. 다 죽어가는 영혼을 살리기 위해 받아준 것이 다시서기공동체 사역의 시작이었다. 무료로 숙식을 제공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작은 지하방에 한때는 노숙자 20명이 지내기도 했다.
 
여성 혼자서는 남성이 대부분인 노숙자들을 감당할 수 없다. 하지만 하나님은 임 목사의 손과 발이 되어줄 사역자를 보내주셨다. 교회 개척 후 6개월 후엔 김동학 전도사를, 8개월 뒤엔 장기태 선교사가 임 목사를 도왔다.
 
 ▲은총교회 김동학 전도사. ⓒ데일리굿뉴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동체의 매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임 목사와 김 전도사는 개척 초창기 가락시장을 매일 출근하며 상품가치가 없는 야채를 공수해 오기도 했다. 한 지역단체는 익명의 제보를 받고 지금까지 매끼니 음식을 나누고 있다.
 
김동학 전도사는 은총교회 출석하다가 임 목사의 설교를 듣고 신학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그는 “가정과 사업의 실패로 하나님이 나를 단련시키셨다. 지난 과거를 통해 이들을 섬길 수 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감사드린다”고 고백한다.

또한 “목사님의 수족이 되어 은총교회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도사는 교회 본당 목양실에서 지내며 24시간 교회를 위해 불철주야로 섬긴다.
 
 ▲교회 건물 지하에는 다시서기공동체의 숙소가 마련돼 있다.ⓒ데일리굿뉴스

공동체의 대부분은 주민등록 말소자이기 때문에 병원 치료비가 상당하다. 중의학을 배우고 우크라이나에 침치료 선교를 했던 장기태 선교사는 한국에 돌아와 이들을 섬겼다. 치료와 말씀으로 공동체원과 지역주민 복음화에 헌신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사역을 이어오면서 은총교회 다시서기공동체를 거쳐간 사람은 200여 명에 달하지만 이들이 모두 잘 정착하진 못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이곳에 들어와 회복되지만 이내 세상으로 나가 과거의 삶을 되풀이한다. 교회를 떠나 결국 운명을 달리한 이들의 소식도 전해져 온다.

임 목사는 “재정적인 어려움보다 힘든 것은 교회를 떠난 영혼”이라며 “서로 싸우고 심지어 칼을 들고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사람들보다 도움을 받고도 교회를 욕하는 소리를 전해 들으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사랑으로 품은 10년의 섬김…아름다운 영적  결실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총교회의 섬김은 놀라운 역사로 이어졌다. 노숙공동체에서 7명의 집사를 세웠다. 사업실패와 뇌경색으로 이곳에 올 때 말을 못했던 조은호 집사는 예배 중 기도문이 트였고 조금이나마 말 할 수 있게 됐다. 조창대 집사는 사비로 제작한 전도용품을 들고 매일 노방전도에 나선다.

특히 조재홍 집사는 올해 목회자의 삶을 결단하고 신학을 시작했다. 조 집사는 “숱한 방황 끝에 주님 사랑에 메인 자신을 보게 됐다”며 “부족하지만 앞으로 하나님 나라를 위한 사역을 감당 하겠다”고 다짐했다.

중국동포를 위한 사역도 포기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눈을 피해 사역하던 부부를 한국으로 불렀다. 신학교 등록금과 숙식을 제공해 체계적인 신학을 공부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임 목사는 “죽었던 영혼이 살아나서 다른 영혼을 살리는 모습을 보면 사명감을 느낀다”며 “그들이 열매가 되어 같은 사명감을 갖는 모습을 보면 큰 힘”이라고 말했다. 또한 "더 많은 인원을 영·혼·육 전인 구원을 이뤄나가고 그들을 하나님 나라 일꾼으로 배출하는 것이 앞으로 비전”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