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논란의 중심에 있던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직원 김용균 씨의 사인은 결국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것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지난 8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 보고장에 어머니 김미숙 씨가 참석해 있다. ⓒ데일리굿뉴스

김용균 씨는 작년 12월 10일 밤 태안발전소에서 혼자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의 낙탄 제거작업을 하다가 기계에 몸이 끼여 숨졌다.

사고 직후만 해도 발전소 측은 김 씨가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게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고 사인의 김 씨의 실수로 돌렸다. 그러나 이 사고는 개인 실수가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의 위험을 방치한 원·하청 구조 때문이라고 특조위가 결론을 내렸다.

특조위의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시 김 씨는 안전 수칙을 준수했다. 김 씨가 속한 하청 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의 낙탄 처리 지침은 ‘벨트 및 회전 기기 근접 작업 수행 중에는 비상정지되지 않도록 접근 금지’라고 돼 있었다.

이는 노동자가 컨베이어 가동 중에도 낙탄 제거를 위한 근접 작업을 하도록 한 것이라는 게 특조위의 시각이다. 기계가 비상정지되지 않도록 한다는 조건 아래 사실상 근접 작업을 하도록 해놨다는 것이다.

특조위 간사 권영국 변호사는 "김용균 씨는 작업 지시 또는 근무 수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죽은 게 아니다"면서 김용균 씨는 작업 지시나 근무 수칙 위반에 의해 죽은 게 아닌 작업 지시를 너무나 충실히 지켰기 때문에 죽었다는 게 특조위 조사의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001년 경쟁 도입과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전력산업 구조 개편에 나서 5개 발전 공기업의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발전 정비와 연료·환경 설비 운전 등의 업무는 민영화했다.

이들 업무는 공개 입찰에 부쳐져 하청 업체들의 수주 경쟁을 촉발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이윤만 추구하고 노동자 안전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게 특조위의 판단이다. 원료비 절감을 위해 저열량탄을 사용한 것도 이에 해당한다. 저열량탄의 사용으로 석탄 운반 시설의 부하가 커지고 낙탄도 증가했다는 게 특조위의 설명이다.

흐르는 물로 낙탄을 제거하는 살수(撒水) 설비도 도입하지 않았고 노동자가 다니는 통로에는 안전 철망도 설치도 미흡했다.

김용균 씨가 사고 당시 2인 1조 근무를 하지 않은 것도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충분히 고용하지 않은 결과다. 사고 직후 추가 인력을 투입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수준이라는 게 특조위의 판단이다.

원·하청 구조는 작업장의 안전을 유지하는 데 핵심인 관리자와 노동자의 원활한 소통도 방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발전 공정의 일부를 외주화한 것은 공정의 분할로 이어져 소통을 어렵게 했다.

특히 긴박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연락체계가 필요한데도 원·하청은 이를 기피했다.

직접적인 업무 연락을 하면 불법파견 논란을 낳을 수 있어 연락체계 구축에 소극적인 것으로 특조위는 보고 있다.

문제는 원·하청 구조가 비용 절감이라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노동자의 안전뿐 아니라 효율성 면에서도 뒤떨어진 구조라는 얘기다.

특조위는 김용균 씨 사망사고와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 민영화와 외주화를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민영화한 업무인 연료·환경 설비 운전 업무는 발전 5개사가 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정비 업무는 한전KPS로 통합해 재공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조위는 중장기적으로는 발전 산업을 시작으로 전력산업을 '수직 통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한편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8월 20일 청와대 앞에서 외주화근절투쟁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월 정부·여당이 ‘특조위를 통해 김용균 사망의 근본적 원인을 밝히고 대책을 수립·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이번 특조위 결론과 관련해 “김용균법이 발의가 됐지만 여전히 하청근로자들은 법의 보호 대상에 해당되지 않고 있다. 이는 외주 하청업체 직원이 근무하다 사고가 났을 때 원청과 하청간 책임소재를 가리기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용균법의 경우 지난 2016년 5월 28일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사망사고에서처럼 관련 업무와 고 김용균 씨의 석탄화력발전소 일 등은 ‘위험업무’로 지정돼 있지 않다. 거기에다 산재 발생 시 기업주에 대한 처벌 조항 역시 집행유예나 벌금형 정도에 그친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하청의 외주화가 문제인 만큼 외주하청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으로 안전업무가 가능하도록 법안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투쟁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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