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한 송환법 반대 시위대.(사진제공=연합뉴스)

"홍콩 시위 참가자가 시위 도중 미국 육군이 쓰는 M320 유탄발사기를 발사했다."

최근 홍콩 침사추이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의 한 참가자가 무기로 보이는 물체를 들고 있는 영상을 소셜미디어(SNS) 등에 올리며 이와 같은 설명을 달았다. 홍콩 시위대가 마침내 무장 시위에 나섰다는 증거인 것처럼 영상을 유포한 것이다.

그러나 시위자의 손에 들린 물체는 무기가 아닌 홍콩에서 인기 있는 '에어소프트'라는 페인트볼 비슷한 게임에 쓰이는 장난감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중국은 점점 격화하는 홍콩의 반(反)정부 시위에 '가짜뉴스'를 새로운 무기로 빼들었다. 지난 두 달간 홍콩 시위에 침묵으로 일관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홍콩 시위에 대한 폭력성만을 조명하는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홍콩 시위를 '중국의 관점'에서 중국 본토와 해외에 전하려는 목적에서 나왔다는 지적이다.

홍콩중문대 팡커청 교수는 "중국 정부의 행동은 오로지 선전에 불과하며, 시위대를 헐뜯으려는 목적으로 이미지와 영상의 맥락을 조작하는 것"이라며 "저널리즘이라고는 볼 수 없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SNS가 중국 정부의 여론조작 통로로 악용되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중국 정부의 허위정보 선전에 연루된 온라인 계정들을 차단하기에 나섰다.

트위터는 중국이 송환법 반대 집회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킬 목적 등으로 개설한 936개의 계정을 삭제했다. 페이스북도 홍콩 내 정치불화를 조장하기 위해 이용된 7개 페이지와 3개 그룹, 5개 계정을 삭제 조치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비슷한 조처를 내린 데 이어 유튜브도 선전전으로 의심되는 채널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조직적인 허위정보 선전전과 관련한 유튜브 채널 210개를 폐쇄한 것이다. 구글 측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최근 중국과 관련해 벌인 관측 및 조치와 일치하는 계정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당국은 해당 계정들은 중국인 입장을 소개한 것뿐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관측통들은 중국의 허위정보 유포 움직임이 시위대에 더 과감한 행동을 취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작업이라고 관측했다.

팡 교수는 "시위가 평화로울 때는 할 말이 별로 없지만,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국 당국은 이를 과장하고 중국인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며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며 '무력 진압 카드'를 손에 쥔 채 목적 달성을 위해 상대를 길들이는 전략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8월 18일 대규모 홍콩 시위가 비폭력 평화 집회로 마무리되자 중국 내부에서는 자신들의 홍콩 압박 전략이 통했다고 자평했다. 동시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건국 70주년을 맞는 10월 1일 전까지 강경책과 유화책을 통해 홍콩을 쥐었다가 풀어주며 시위대 무력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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