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후반 남성 C씨는 군대 전역 후 머리 숱이 급격하게 빠졌다. '탈모'임을 알게 된 후 사람들이 내 머리만 쳐다보는 것 같아 부끄럽고 자존감이 낮아졌다. 약을 바르는 등 치료를 받고 있지만 바닥으로 떨어진 자존감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머리가 계속 빠지면 다 밀어버리겠다'는 망연자실한 생각도 든다.
 
# 26세 여성 W씨는 머리를 감고 나서 배수구멍이 막힐 정도로 머리카락이 빠진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 증상이 생긴 것이다. 취업이 어려워 힘든 상황인데 탈모까지 겹쳐 위축감을 느꼈다.
 
20~30대 젊은 층의 '탈모고민'이 늘고 있다. 외모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탈모를 겪는 청년들은 특히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탈모는 유전 때문만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과 관리가 필수라고 말한다. 탈모로 인해 한없이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건강한 두피와 모발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탈모 사례자와 관련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자고 나서 혹은 샴푸 후 머리카락이 100개 이상 빠질 때, 머리 숱이 적어지거나 머리카락이 있어야 할 부위에 없을 때를 ‘탈모’라고 부른다.(사진제공=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존감, 어떻게 회복할까
 
탈모인 20~30대 청년이 겪는 가장 큰 고민은 '자존감 문제'다. 타인의 부정적인 시선을 느끼거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대게 자존감이 낮아진다.
 
익명을 요구한 27살 K씨는 탈모 때문에 좌절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나날이 머리 숱이 줄어드는 걸 보니 우울했고,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탈모 사실을 숨기고 싶었다. 아직 20대인데 탈모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K씨는 현재 자존감을 회복하고, 탈모 치료를 꾸준히 받아 상태가 호전됐다. 그는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밝히자'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K씨는 "탈모 유전자를 물려받은 게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치료를 받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숨기지 않고 탈모 사실을 공개했을 때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에서 탈모에 대해 찾아봤던 것도 자존감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성경을 보면 선지자 엘리사나 사도 바울 등 유명 인물들도 탈모였다. 열왕기하에서는 엘리사를 대머리라고 놀렸던 청년들이 곰에 찢김을 당해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레위기에서는 '대머리는 정하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K씨는 "성경에서는 탈모에 대해 뭐라고 할까? 하나님은 탈모를 어떻게 보실까?를 장난스럽게 고민한 적이 있다"며 "성경을 통해 대머리든 아니든 창조주의 작품인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는 "자존감 회복의 본질은 외모가 아닌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데에 있다"며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고 개인의 매력, 개성, 재능을 발휘하는데 집중해보라"고 권면했다.
 
수원 미라클 피부과 고민석 원장은 "요즘 남녀 불문하고 탈모로 병원을 찾는 20~30대 청년이 적지 않다"며 "탈모는 유전이든 후천성이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개인의 두피 상태에 맞는 샴푸를 쓰고, 샴푸 후에는 두피를 잘 말리는 것이 좋다.(사진제공=건강보험심사평가원)

탈모, 치료와 관리로 충분히 개선 가능
 
탈모 때문에 병원을 찾는 청년층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탈모로 병원 진료를 받는 20~30대 비중은 2017년 기준 전체(약 21만 5,000명)의 절반가량(49%)을 차지했다.
 
전문의들은 △취업과 결혼, 직장 생활 등 과중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수면 △나쁜 식습관 △과음 △과도한 다이어트 등을 대표적인 탈모 원인으로 꼽는다.
 
고 원장은 "먼저는 예방, 탈모가 진행 중이라면 치료와 관리에 힘써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수면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적 탈모 같이 예방이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해서 모두 발현이 되는 건 아니다. 유전자가 있더라도 관리를 잘하면 발현이 더디거나 안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탈모가 진행됐다면 두피와 모낭이 약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생활습관 개선과 먹는 약, 뿌리는 물약, 주사 등 치료를 병행하면 탈모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샴푸를 고를 때 무조건 탈모 기능성 샴푸를 선택하기 보다는 자신의 두피 상태에 맞는 샴푸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고 원장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지루성, 극건성, 지성 등 각자의 두피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게 필요하다"며 "샴푸 후에는 두피를 바싹 말리는 것이 건강한 두피와 모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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