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대 대기업 가운데 29곳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았다. 민간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의 장애인 고용률 역시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여전하단 의미일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에 맞서고 자립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돕는 교회가 있어 찾아가봤다.
 
 ▲라이프라인장애인자립진흥회 소속 강사들이 직장 내 장애인식 개선 교육을 위해 강의시연을 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장애인 강사가 직접 '장애인식 개선교육'…보조장치로 언어장애 있어도 강의 원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너와나의교회(담임 류흥주 목사)에 찾아갔을 때는 마침 장애인식개선교육의 강의 시연이 열리고 있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강사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강의를 진행하며 장애인의 일상이 어떤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무엇인지를 직접 설명했다.
 
강사가 핸드폰에서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자 미리 입력해 놓은 문장들이 음성으로 흘러나왔다. 의사소통을 돕는 보완대체의사소통장치(AAC) 덕분에 의사표현이 어려운 장애인들도 큰 어려움 없이 강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너와나의교회는 전체 교인의 절반 이상이 장애인으로, 류흥주 목사는 뇌병변장애인 1호 목사다. 류 목사는 지난 2012년에 사단법인 라이프라인장애인자립진흥회를 설립해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사역에 힘쓰고 있다.

연극단·전동축구클럽 등 뇌병변 장애인의 평생교육 프로젝트, 교육커리큘럼을 이수한 장애인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장애인권 및 인식개선교육 △자살 예방교육 △학교폭력 예방교육 등을 진행하는 교육콘텐츠 제공사업 등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자립을 돕기 위한 활동이 주력 사업이다.

올해부터 모든 사업장에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이 법정 의무교육이 되면서 중증장애인들을 전문강사로 양성해 서울·경기 지역의 직장에 파견하기 시작했다.

라이프라인장애인자립진흥회 박승유 이사는 "장애인 강사가 오면 다들 처음에는 반응이 '어 뭐야 강의를 할 수 있을까? 언어전달도 좀 떨어는데'라며 의아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이 분명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비장애인보다 부족한 부분이 존재한다"면서도 "장애인 본인이 직접 스스로 경험한 편견과 차별에 비추어 교육을 진행한다는 진정성이 전달되기 때문인지 교육현장에서는 비장애인들보다 장애인 강사를 훨씬 더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발달장애·뇌병변장애 등 의사표현이 어려운 장애인들도 보완대체의사소통장치, AAC에 미리 문장을 입력해 강의를 진행할 수 있다.ⓒ데일리굿뉴스

기감, 장정 개정안에 '장애인 교육 필수' 상정

교계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지난달 장로와 정회원 연수 과정에 장애인 교육을 필수로 넣는 장정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달 말 입법의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감리회 목회자와 장로들은 장애인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류흥주 목사는 "여전히 많은 교회에서 장애인을 성도로 바라보기 보다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며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한국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을 성도 중의 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바로 교회에서 필요한 장애인식 개선이라는 것. 류 목사는 "장애인에게 우리가 베푸는 게 아니라 장애인에게도 우리가 배울 게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래서 서로 주고 받는 관계, 서로에게 소중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여전히 뿌리깊은 사회에서 교회가 먼저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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