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북한과의 경기를 마치고 귀국한 남자축구 대표팀 손흥민이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로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평양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27·토트넘)은 북한 선수들의 플레이가 매우 거칠었다고 전했다.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H조 3차전을 마친 손흥민은 중국 베이징을 거쳐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백승호나 이강인 등 유럽파는 베이징에서 곧바로 소속팀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지만, 손흥민은 연결 항공편이 마땅치 않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쉬운 경기를 펼쳤다"며 "승점 3을 따내지 못해 안타깝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북한과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북한은 거친 몸싸움으로 한국 선수들을 막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북한의 경기를 관전한 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을 올렸는데, 여기에는 경기가 과열되면서 선수들끼리 충돌하는 상황이 담겼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한국의 주장 손흥민은 북한의 리영직과 함께 선수들을 말리기도 했다.

손흥민은 "상대가 많이 거칠게 나왔다. 심한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며 "북한의 작전이었을 수도 있지만, 누가 봐도 거친 플레이를 했고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전했다. 이어 "경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안 다쳐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됐다"며 "이런 경기에서 부상 없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1990년 10월 남북 통일축구 이후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이번 '남북 더비'는 여러모로 특이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북한이 한국 취재진과 중계진의 입국을 거부해 경기는 중계 없이 진행됐고, 관중도 들어오지 않아 선수들은 텅 빈 경기장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평양에 머무는 동안 대표팀은 경기 등을 위해 이동할 때를 제외하고는 숙소를 벗어날 수 없었다. 손흥민은 "북한이 우리를 강팀이라고 여겨서 이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다"며 "외부적인 것보다는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선수들 대부분이 익숙한 천연잔디가 아닌 인조 잔디에서 경기를 치른 것에 대해서는 "축구선수로서 잔디 탓을 하는 것은 핑계"라면서도 "선수들이 100% 기량을 보여줄 수 없었던 환경이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한전 무승부로 한국은 승점 7·골 득실 +10으로 북한(승점 7·골 득실 +3)에 골 득실에서 앞서 조 1위를 유지했다. 손흥민은 "좋은 원정만 있을 수는 없다. 선수들도 스태프들도 모두 고생이 많았다"며 "한국에서 펼쳐지는 경기에서는 좋은 기량으로 꼭 승리를 따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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