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중국으로 넘어가 2009년 남한으로 탈북한 40대 최 모 여인. 그녀에게는 10대 후반의 아들과 딸이 있다. 이들 남매는 중국에서 태어났다. 최 씨는 남한으로 온 후 처음 몇 년 동안 아들과 대화할 때 가끔씩 중국어를 사용했다. 아들이 아직 한국말이 서툴기 때문이었다.
 
 ▲제3국 태생의 탈북민 자녀들이 북한에서 넘어온 탈북민 자녀들에 비해 각종 지원에서 차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은 2019 탈북청소년 진로진학 박람회를 찾은 탈북 청소년들이 대학 입시정보와 학과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최 씨는 남한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들이 걱정이었다. 아들이 언어에 서투른 데다 생소한 신조어는 최 씨의 아들을 더욱 주눅 들게 했다. 이 때문에 아들은 한동안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1995년 말부터 1999년 초반 동안 북한에서 발생한 대기근을 가리키는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에는 고향을 등지는 탈북민이 러시를 이뤘다. 중국과 태국,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지에 머무르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 가운데 제3국에서 출생한 탈북민 자녀들은 작년 4월 말로 1,530명에 달하고 있다.

어린 시절을 중국 등지에서 보내는 바람에 외형은 남한 아이들과 같지만 ‘한국말을 못하는’ 외국인 아닌 외국인 같은 애매한 위치에 처해 있다. 그러니 남한 사회 적응에 더 애로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이들 제3국 탈북민 자녀들은 북한에서 곧장 남한으로 들어온 탈북민 자녀들보다 탈북민 지원에서 차별을 받는 실정이다.

탈북민 이 모 씨(여)는 “남한으로 들어와 국정원과 하나원 등에서 지낼 때 제3국 탈북민 자녀들은 의복 지급에서부터 차별을 받는다. 북한에서 직접 넘어온 아이들보다 지급받는 옷가지 수에서도 차이가 난다. 또 아이들에게 지급되는 용돈에서도 차별받는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다. 제3국 탈북민 자녀들은 교육에도 홀대를 받는다. 북한에서 온 탈북 청소년들은 대학 특례입학이 가능하지만 제3국 출생은 혜택 대상이 아니다. 국 출생 탈북청소년들은 자신들보다 실력이 처지는 또래 북한 출생 청소년들이 쉽게 대학에 들어가는데, 자신들은 그렇지 못한 것에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장학금 혜택도 민간에서 주는 장학금은 예외나 남북하나재단에서 주는 장학금은 제3국 출생 탈북민들은 받지 못한다. 또 병역문제에서도 북한에서 온 탈북자녀들은 병역면제 대상이다. 하지만 제3국 출생 탈북자녀들은 3~4년 후에는 군 복무를 해야 하는 병역의무대상이다.

북한 출신 자녀들은 북에 남은 가족과 친지 및 북한 출신이라는 여러 특성이 고려돼 병역의무가 없는 반면, 단지 부모가 제3국에 있을 때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탈북민의 특수성에서 제외되는 현 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제3국 탈북민들의 하소연이다.

한편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들의 70%가량은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중국에서 성폭행, 인신매매 등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조선족, 중국인 남성과 결혼해 자녀들을 출산하는 실정이다.

이들 탈북 여성들은 중국을 떠나 한국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중국 가족과 해체되고 남한에서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중국에서 출생한 무국적 탈북민 자녀다. 중국 내 탈북민 2세의 규모는 대략 1만~2만 정도다.

이들이 무국적으로 남겨진 이유는 탈북 여성들이 자녀출생 신고를 하면 불법체류 신분이 발각돼 북한으로 강제송환 될 위험성 때문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현재의 법률에서는 제3국 출생 탈북자녀는 북한 이탈 주민보호 및 정착지원 법률에서 배제돼 있다. 이에 대해 제3국 북한 이탈 주민 자녀의 보호와 지원 확대를 주장하는 의견이 나오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제3국 출신 탈북자녀들이 자신이 출생한 나라로 다시 갈지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로 확대될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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