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에 따르면 유럽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이어 세 번째(260만 명, 2017말 기준)로 가장 많은 난민이 체류하는 대륙이다. 시리아 내전으로 촉발된 난민 사태가 유럽을 강타했던 2015년 난민신청자 수는 125만 명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난민신청자 수는 줄어들었지만 유럽에서는 여전히 수십 만의 난민들이 체류,이동 중이다.
 
유럽에 있는 선교사들은 유례없는 난민이 쏟아진 유럽의 현 상황을 난민에게 복음을 전할 ‘골든 타임(golden time)’으로 보고 난민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난민’이 선교적 이슈로 떠오른 시대, ‘선교기획①-유럽 난민 회심 사례’에 이어 유럽 난민 사역 현황을 유럽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역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그리스 난민촌에 살고 있는 난민 가족의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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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N(에이펜) 소속 허보통 선교사는 한국을 떠난 지 47년 된 배테랑 선교사다. 유럽권에서 난민 사역을 한 지는 올해 3년 차가 됐다. 그는 현재 회심한 난민 출신 형제들과 함께 독일 곳곳에 있는 난민캠프를 다니며 난민들을 만나고 있다. 그가 속한 A-PEN은 유럽과 페르시아, 아랍권에서 난민 사역을 하는 선교단체로, 2016년 발족했다.
 
Q: 난민 사역을 하는 것이 왜 중요하다고 보는가?
허: 성경에서 난민에 대해 뭐라고 하는가에 대한 뿌리를 찾아보면, 하나님의 구속 역사가 난민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브라함, 이삭부터 시작해 이스라엘 민족, 룻 등 수많은 성경 인물들이 난민이었다. 오늘날 난민이 전 세계에 흩어지는 것을 이전에 복음을 듣지 못했던 자들이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시는 하나님의 선한 계획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유럽에 온 난민들은 본국에서 내전이나 종교 갈등을 겪고 모든 터전을 잃은 채 떠나온 사람들이다. 같은 이슬람끼리 싸우고 죽이는 모습을 보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거나 회의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이때 기독교인들이 먼저 사랑으로 이들을 품고, 이들이 잘 못 알고 있는 예수님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 실제로 이렇게 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주님께 돌아오고 있다.
 
Q: 유럽의 대표적인 난민 수용국 독일에는 난민이 얼마나 있나?
허: 한국에 온 난민 수가 5만 명 조금 넘는다고 들었는데, 독일은 매달 그 정도 들어온다. 1년에 100만 명, 5년 동안 500만 명이 독일에 유입됐다. 지금은 이 정도까진 아니지만 1년에 20만 명씩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시리아 출신이 제일 많고, 이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예멘 등 중동 출신이 가장 많다. 그래서 난민의 90%는 무슬림이다.
 
Q: 유럽 내 난민들의 삶은 어떤가?
허: 유럽의 난민 캠프는 요르단이나 터키, 레바논 등에 있는 난민 텐트, 컨테이너 형태가 아니다. 미군들이 철수하면서 남기고 간 주택, 숙소, 병원, 일반적인 학교를 개조해서 난민이 정착할 때까지 살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중동 난민 캠프처럼 열악하지는 않다.

난민신청을 하고 허가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 동안에 보통 정부 차원, 기독교단체 차원에서 제공하는 의료와 교육 혜택을 받으며 지낸다. 언어도 배우고, 학교도 간다. 어느 정도 언어를 배우면 직장을 구할 수 있다. 난민 심사를 무사히 거치면 1~2년 비자가 주어진다. 정부에서는 난민이 문제없이 적응을 잘 하는지 지켜본다. 그렇게 5년 이상 계속 비자를 받으면 영주권을 얻게 된다.

독일 정부는 200만 명의 난민들을 정착시키는 일을 해왔다. 반대파도 많았지만 메르켈 총리가 난민 우호정책을 펼쳤다. 난민들은 자신들을 받아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Q: 독일에서 난민 사역을 어떻게 하고 있나?
허: 난민 출신 기독교인이 다른 난민들,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전도 방식을 'R2R(Refugee to Refugee)'라고 한다. 이것이 결국 난민 사역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고있다.

초창기에는 동역할 사람들을 찾으러 다녔다. 독일교회들은 어떤 사역을 하려면 계획을 1년 전에 미리 세워야 하는 특징이 있다. 문턱이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독일교회 뿐 아니라 선교단체, 유럽 한인교회, 외국 선교사들이 협력해서 함께 난민 사역을 하고 있다. 더 많은 교회와의 연합이 필요하다.
 
무슬림이었다가 회심한 형제들과 같이 캠프를 돌아다니면서 사역하기도 한다. 난민들과 시간 보내고, 밥 먹고, 같이 운동하고, 언어 가르쳐주면서 복음을 접하도록 모임을 만들고 있다. 같이 성경공부를 하고, 복음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성경을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도록 온라인 강의도 제공하고 있다.
  
Q: 유럽에서 난민 사역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허: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예멘, 이란 등 발생지에서는 복음을 전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난민들이 고향과 친지, 자국을 떠나 멀리 나와서 종교의 자유가 있고, 마음대로 핍박할 수 없는 나라에 와 복음을 듣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난민의 이동이다. 유럽에 왔을 때 어느 나라를 처음 밟았냐가 중요하다. 더블린 조약에 따르면 난민은 첫발을 디딘 나라에 난민 신청을 하고 해당 국가가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처음 프랑스 땅을 밟은 난민이 다른 나라로 가 난민 신청을 했는데 허가를 못 받고 추방당할 경우, 프랑스로 되돌려 보낸다. 난민들이 추방당해 나가고 들어오기를 반복한다. 계속 이동하고 순환하는 셈이다. R2R(Refugee to Refugee) 사역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Q: 난민 사역의 목표와 기대하는 것은?
허: 처음부터 난민들이 주도권을 잡고 복음을 전하는 사명자로 세워지는 것이 목표다. 난민이 흩어지는 오늘날의 흐름 속에서 복음을 전하는 사역이 계속된다면 정말 유례없는 부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같은 나라들에서는 할 일이 너무 많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는 ‘절호의 기회(Golden Opportunity)’를 놓쳐서는 안 된다. 난민들이 머무는 동안 복음을 전하고, 스스로 믿음 안에서 설 수 있도록 격려하고 세워야 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지금 교회들이 기도하고 사역에 함께 동참해야 할 때라고 본다. 독일에서 한국과 미국에서 단기로 10개월에서 1~2년 봉사자들을 받아서 난민 선교도 배우고, 언어, 문화도 배우고 자기계발도 할 수 있는 훈련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사역에 함께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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