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최대 행사 중 하나로 꼽히는 11월 11일 이른바 '빼빼로데이'를 맞았다. 그러나 올해는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상점 앞에서 한 시민이 '빼빼로데이' 관련 상품들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초콜릿·사탕 등 대체품으로 눈돌려
 
'빼빼로데이'는 지난 1990년대 중반 한 지방 여중생들이 우정의 의미로 '키 크고 날씬해지자'라는 뜻에서 서로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던 것에서 유래했다.

이후 1900년대 후반 롯데제과가 자사의 과자 제품인 '빼빼로'의 마케팅 수단으로 빼빼로데이를 활용하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기념일로 자리잡았다. 매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를 전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빼빼로 과자가 판매돼 생산 업체의 매출액이 급증한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유통가 대목임에도 떠들썩한 행사 문구를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산 수입과자는 자취를 감췄다. 일본 불매운동과 함께 상술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대체품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막대 과자 형태의 빼빼로 대신 초콜릿과 사탕, 젤리를 찾는 손길이 늘어난 것.
 
실제 GS25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막대 과자 형태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보다 36% 줄었지만, 초콜릿과 사탕, 젤리류는 84.8%나 더 나갔다. 지난해 롯데제과의 '빼빼로'와 함께 일본 글리코 사의 '포키'가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불매운동을 의식해 본사 차원의 행사를 축소하기도 했다. GS25는 행사 플래카드나 홍보물을 제작하지 않았고, 이마트24도 '빼빼로데이' 대신 '스윗 데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하는 등 마케팅을 대폭 축소했다.
 
주요 고객층인 젊은 층도 올해부턴 구매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권 모씨(32)는 "대다수(빼빼로)가 일본제품이다 보니 지금 이 시국에 구입하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면서 "다른 대체품을 찾아서 선물하려고 구입했다"고 밝혔다.
 
때아닌 특수를 누린 곳은 떡집이다.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인 데다, 길쭉한 떡 모양이 막대과자와 닮아 가래떡으로 선물을 대신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가래떡 주고받기 운동도 펼쳐지는 상황이다.
 
더욱이 수학능력시험 등의 날짜가 맞물리면서 빼빼로 대신 대입 수험생을 함께 겨냥해 마카롱이나 초콜릿 등의 판매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에 힘입어 기업 마케팅에 휩쓸리기보단 마음을 담은 선물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이들이 늘었다"며 "국내 제품을 애용하자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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