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미국이 최근 “북한과 중국만 이득”이라며 반대입장과 함께 철회를 종용하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미국이 철회를 종용하고 있는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15일 청와대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만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러한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원칙론'을 재확인한 지소미아의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11월 16일 현재 지소미아 종료 일주일을 앞둔 가운데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가장 큰 원인으로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의 태도'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나아가 일본의 태도 변화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이는 곧 사태 해결의 열쇠는 일본이 쥐고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오후 청와대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 일본과 군사 정보를 공유하기는 어렵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에스퍼 장관을 비롯해 미 행정부는 그동안 동북아 지역에서의 한미일 안보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소미아가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앞세움으로써 미국의 요청을 거부한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언급은 사실상 '지소미아 종료' 기류가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일각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지소미아 효력이 23일 0시에 종료되기까지 남은 기간 현재의 갈등 상황을 풀 결정적인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결국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문제를 풀 당사자는 일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본의 태도 변화 없이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기 어렵다는 원칙은 확고하다"면서 "문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 이런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원칙론을 고수하고 나선 것은 '명분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당초 사태의 원인제공자인 일본에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버티지 못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면 고심을 거듭한 끝에 세운 원칙을 스스로 어기는 결과인 만큼 이는 더욱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지이기도 한 셈이다.

이런 강경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한미일 간 안보 협력도 중요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언급한 대목은 극적인 봉합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소미아 종료 전까지 물밑에서 외교적 해결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는 관측으로 연결된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다카자기 시게키(瀧崎成樹)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전날 오전 일본 도쿄 외무성 청사에서 만나는 등 양국의 대화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중재 역할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에스퍼 장관은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지소미아 이슈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일본에도 노력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외교가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미국을 방문,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지소미아 문제를 논의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으나, 일본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청와대와 미국이 상시 소통 채널을 긴밀하게 가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