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한국교회 성도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선교지로 잘 알려져 있다. 전체 해외선교가 위축되면서 타 문화권 선교의 전초기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힘든 상황이 오기도 하지만 최근 현지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제2의 부흥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필리핀의 선교 상황을 자세히 알아봤다.
 
▲필리핀에 제2의 선교 부흥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인 선교사들은 한국교회가 필리핀 선교에 더욱 큰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된다고 입을 모은다.

1억명 넘는 인구 대국, 선교사 태부족

지난 1988년, 우리나라는 서울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시행됐다. 이때부터 영어권이면서 거리도 가깝고 물가도 저렴한 필리핀에 한국인들이 대거 유입됐다. 이에 발맞춰 한국교회도 필리핀 선교를 시작하게 된다.

이후 수년 간 필리핀 선교는 눈에 띤 성장을 이루게 되는데, 그렇다보니 일각에선 필리핀을 더 이상 선교사를 파송하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레드오션 시장으로 보는 시각도 생겨났다.

실제로 현재 필리핀에서 사역하는 한인 선교사 수는 1,000여 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현지에서 사역중인 한인 선교사들은 필리핀에 한국교회의 더 큰 관심과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은 인구 약 1억 800만 명으로 전 세계 인구순위 13위에 해당한다. 한국의 5,170만여 명보다 2배 이상 많다. 단순히 산술적인 계산으로 선교사 1명당 담당해야 하는 인구가 10만 8,000명 정도다. 비록 많은 숫자의 선교사가 이미 진출한 상황이지만 1억이 넘는 인구를 감당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사역 중인 한 한인선교사에 따르면 최근 필리핀에서는 해외 근로자 파견이 유행이다. 연간 1,200만 명이 해외 근로자로 나가고 있다. 따라서 이 사람들을 복음으로 무장시키면 220개국에 나가있는 해외 근로자들을 돈 버는 선교사로 훈련시켜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파하는 선교적 장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최근 필리핀 선교의 핵심 전략으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더해 필리핀은 동남아 14개국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고, 비자제한이 없어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입국 이후 비자의 속성을 상황에 맞게 변경할 수 있어 단연 장점으로 꼽힌다.

또 종교의 제약이 없고, 영어를 사용해 언어적으로도 비교적 장벽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섬나라라는 특성상 타 국가와 완전 독립돼 있고, 7,700여개의 섬은 자치성을 확실히 가지고 있어 이를 선교에 활용한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현지 선교사들의 주장이다.

필리핀 마닐라 동부에서 사역 중인 이영석 선교사는 "필리핀은 다양한 선교 훈련적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비자발적 철수된 타국 선교사들의 피난처로도 이용된다"고 말했다.

필리핀 선교의 중심에는 필리핀 한국선교협의회(이하 필 한선협)가 있다. 이영석 선교사도 이 단체에 소속돼 부회장의 직위를 갖고 사역 중이다. 필 한선협은 한인선교사가 설립한 최초의 해외 선교협의체로 지난 1974년부터 필리핀 전역에서 다양한 선교 영역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필 한선협은 교단과 단체로부터 파송된 한인 선교사만 회원으로 받고 있어 개인으로 유입된 선교사들의 가입은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개인 선교사들의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내부에선 이들에 대한 신학적인 검증절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잡음이 생기기도 했다.

또 정치적인 이슈로 단체가 갈등을 빚으면서 위기를 맞았으며, 결국 2006년 필 한선협은 와해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와해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를 안타깝게 여기는 일부 선교사들의 재건 노력,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 덕분에 2016년 다시 재건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안정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한국선교협의회 모임. (이영석 선교사 제공)

이영석 선교사는 "외면되고 오해받는 선교지에서 정말 각광받고 선교 허브로서 관심을 일으킬 수 있도록 단체가 앞장서겠다"며 "지금은 각 교단이나 단체에서 필리핀 선교가 중단돼 있다고 들었는데, 다시 한번 선교사들이 파송되는 그런 축복의 선교지로 거듭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선교는 일부 선교사들의 공격적인 선교가 문제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필 한선협을 중심으로 제2의 부흥을 준비하고 있다. 한인 피살사건이나 정치적 이슈, 선교사의 비자발적 철수 문제가 해외선교의 위축을 가져오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필리핀은 복음에 기초해 변화시켜야 할 영혼들이 많은 선교의 최적지라는 것.

필리핀 인구를 위한 복음전파에 다시 한번 한국교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현지 한인 선교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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