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기혼 여성 3명 중 1명이 '경력단절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공=연합뉴스)

“만 1세 딸과 만 3세 아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애기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 어린이집에 등하원만이라도 시키고자 ‘육아기근로시간 단축신청서’를 냈는데, 부당한 이유로 반려됐습니다. 이 시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육아휴직을 권유하더군요.”(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일과 육아 양립의 벽은 아직도 매우 높다. ‘2030 세대’ 여성에게 출산은 축복이 아니라 경력단절을 각오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2019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집계해 발표한 ‘경력단절여성 현황’ 자료에 따르면, 어린 자녀의 육아가 집중되는 30대 기혼 여성 3명 중 1명이 ‘경단녀’로 집계됐다. 가장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할 30대 기혼 여성(260만 1,000명)의 31.0%가 직장을 포기한 비취업여성인 셈이다.

경력 단절 사유로는 육아가 결혼을 제치고 처음 1위에 올랐다. 30대 경단녀 중 42.0%는 육아 때문에, 27.6%는 결혼 때문에, 26.9%는 임신·출산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고자 정부가 각종 제도를 쏟아냈지만 혜택을 누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1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된 가운데 시행 첫날부터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개정안은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가 기존의 육아휴직에 더해 근로시간 단축 1년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개정안 시행일 10월 1일 이전에 육아휴직을 모두 소진한 경우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점이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권 모씨(32)는 “제도의 취지가 일과 육아의 양립을 위한 것 아니냐”며 “육아휴직을 소진했다는 이유로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남녀 공동 육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성인남녀 10명 중 9명은 ‘라떼파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떼파파’란 남녀 공동 육아 문화가 형성된 스웨덴에서 유래된 말로 ‘커피를 손에 들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지칭한다.

스웨덴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90%에 달하고 오후 4시면 퇴근해 부부가 함께 아이들을 돌본다. 자연히 스웨덴에서는 어느 한쪽이 독박육아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스웨덴 역시 처음부터 공동 육아가 잘 되는 국가는 아니었다. 스웨덴 정부가 제도 마련에 나서며 바뀐 것.

스웨덴의 경우 부모 모두에게 각각 90일의 필수 육아휴직을 주고, 부모가 나눠서 사용할 수 있는 480일의 출산휴가를 준다. 게다가 부부가 육아휴직기간을 똑같이 나눠 사용하면 추가 세금감면혜택을 준다. 아빠가 육아휴직을 신청할 시엔 별도의 장려금도 나온다. 남성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하는 사회시스템 덕분에 스웨덴에 공동 육아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선 ‘부부 공동육아’에 대한 실질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김진욱 교수는 “통계청 사회조사 실태를 보면 양성평등 인식이 강할수록 가사노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남성들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출산휴가를 쓰며 아이가 어릴 때부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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