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맞서는 솔직한 입담에 대리만족
평소 못하던 말 대신하는 스타 인기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고? 요즘은 말 한마디에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
 
 ▲박준형(왼쪽부터), 펭수, 장성규 등 속 시원한 입담으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송인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제공=와썹맨, 자이언트 펭tv, 워크맨 유튜브 캡처).ⓒ데일리굿뉴스

남 눈치 안 보고 할 말은 하는 속 시원한 언변을 지닌 이들이 꾸준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넘어선 안 될 암묵적인 규칙과 선을 재치 있게 넘나들며 통쾌함을 선물한다. 무리하거나 억지로 웃음을 자아내지 않는다. 남극에서 온 펭수, 와썹맨 박준형, 워크맨 장성규 등이 2019년 한 해 동안 큰 주목을 받았던 이유다.

권위에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은 펭수의 큰 인기 비결이다. 일반 회사원이 사장의 이름을 쉽게 언급하지 못하지만 펭수는 다르다. “맛있는 건 참치, 참치는 비싸, 비싸면 못 먹어, 못 먹으면 김명중”. 감히 사장의 이름을 멋대로 부르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에게 “외교부 여기 대빵(?)이 누굽니까”라며 당차게 묻거나 타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해당 방송사의 사장 이름을 거듭 언급하기도 한다. 펭수는 “여기 사장 누구예요?”, “OOO 사장님, 밥 한 끼 합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god의 멤버 박준형은 ‘와썹맨’이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때아닌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이른바 ‘핫플레이스’를 다니며 유명한 것들을 직접 체험하고 리뷰한다. 그는 기존 방송에서 봤던 천편일률적인 반응을 하지 않는다.

음식이 맛이 없으면 사장 앞에서도 맛없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이걸 왜 먹는데”, “이게 뭐가 특별해”라며 직언을 내뱉는다. 시청자들은 영상이 광고 협찬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솔직하게 ‘NO’라고 외치는 박준형의 솔직한 모습을 공감하고 지지한다.

JTBC 간판 아나운서였지만 프리랜서 선언을 한 장성규는 연예계 블루칩 중 하나가 됐다. 선을 넘는 입담으로 ‘선넘규’라는 별명이 붙었다. 남녀노소, 직책을 막론하고 선을 넘을 듯 넘지 않는 깐족거림, 속으로만 할 수 있었던 말을 대놓고 내뱉는 돌직구에 대중은 환호한다.

현대판 ‘체험 삶의 현장’인 워크맨은 장성규 발언으로 매회 화제다. 키즈카페 아르바이트 후에는 “키즈 카페라 그런지 시급도 애기만큼 주네?”라고 말한다. 또한 건설 현장 일용직을 경험한 후에는 “여기서 일한 돈을 1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으잖아. 근데 OOO 아파트 1평도 못 사”라며 웃픈(웃기면서도 슬픈)현실을 짚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인기를 누리는 콘텐츠를 분석해 볼 때 현대사회에서 무언가에 억눌린 사람들이 참고 지내던 부분을 풍자로 유쾌하게 풀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속 시원한 말 한마디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기득권과 권위에 짓눌린 현대인의 삶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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