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씨 1주기 현장 추모제가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열렸다. 추모위는 김용균씨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도록 노동 현실이 바뀌지 않고 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화문 광장의 고 김용균 추모 분향소(사진제공=연합뉴스)
 
효율성 제고 명목 원·하청 구조의 문제
 
하청 노동자가 위험으로 내몰리는 현실은 통계 수치로도 확인된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5개 발전 공기업의 산재 노동자는 371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하청 노동자는 345명(93.0%)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산재 사망자 21명은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원청은 외주화를 통해 직접고용 인력을 줄여 인건비를 절감한다. 도급 계약을 맺을 때는 하청업체들의 경쟁을 유발해 비용을 낮춘다.
 
하청업체들은 인건비를 줄이려고 숙련도가 낮은 청년을 주로 고용했고, 위험 작업은 2인 1조 근무가 원칙인데도 김 씨는 사고 당시 혼자였다.
 
전문가들은 과거 효율성 제고를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양산한 원·하청 구조의 해소를 근본적인 해법으로 제안한다.
 
특조위 조사위원으로 활동한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하는 '진짜 사장'(원청)과 지시·명령을 수행하는 하청 노동자가 서로 다른 울타리에 있는 구조에서 위험이 커진다"며 원·하청 구조의 해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먹구구식","근본 해결책 마련 안 돼"
 
김용균 씨는 작년 12월 홀로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점검 작업을 하다 장비에 몸이 끼여 숨졌다.
 
이를 계기로 꾸려진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는 지난 8월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고용과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골자로 한 22개 권고안을 내놓았다. 산업안전보건법은 28년 만에 전면 개정돼 '김용균법'으로 불리며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남은 노동자들은 "사고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영흥화력에서 석탄 운반업무를 총괄하는 정모 씨(32)는 "현장 노동자가 느끼기에 지금까지의 대책들은 다 주먹구구식"이라고 비판했다. 산업 현장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함을 보여준 것이다.
 
정 씨에 따르면 "조명등과 안전펜스를 몇 개 더 설치하는 등 언론에서 주목한 안전 문제들은 일부 개선이 됐다"면서도 "위험한 상황이 생겼을 때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근본 해결책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국서부발전과 태안화력 주변에는 '약속을 지켜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차별받지 않게 하라', '특조위 권고사항 이행하라'는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걸려 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큰돈을 들여 설비와 제도를 개선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며 "발전소 측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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