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한다.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선한 행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편집자 주
 
 ▲올해 95세 정희일 할머니는 1986년부터 33년간 서울 영등포구 ‘토마스의 집’에서 무료급식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살을 에는 듯이 찬 바람이 불고 기운이 영하로 뚝 떨어지면 자연스레 몸이 움츠러든다. 언 손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 넣어도 그때뿐이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 체감하는 추위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의 ‘토마스의 집’은 지역 행려인을 위해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 평균 500여 명, 연간 14만여 명에 달하는 가난한 이웃들이 이곳에서 한 끼를 해결한다.

지난 33년간 이곳을 다녀간 사람은 수백만 명. 토마스의 집 자원봉사자 정희일 할머니(95)는 이곳이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무료급식봉사를 이어왔다.

정 할머니는 1986년 토마스의 집이 시작할 때부터 봉사를 시작했다. 당시 영등포본당 주임신부였던 염수정 추기경(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은 영등포시장 부근에서 동사한 노숙인의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노숙인 무료 급식소를 열었다.

염 추기경은 “영등포 역전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으니 그분들이 배고프지 않게 밥을 나눌 봉사자를 찾는다”며 봉사자를 모집했다. 그 말을 들은 정 할머니는 ‘그럼 한 번 나가보자’는 마음에 자원했다.

토마스의 집이 재정난 등으로 세 번이나 자리를 옮겼지만 그동안에도 정 할머니는 묵묵히 다른 봉사자들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그녀는 정기휴일인 목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 지난 33년이란 시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섬겼다.

정 할머니는 매일 아침 당산동 자택에서 버스를 타고 영등포역 인근 토마스의 집으로 출근해 한 끼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새벽부터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한다. 오전 8시부터 식탁을 행주로 닦고 수저와 물컵을 놓는 등 식사 준비를 하고, 식사를 마친 이들에게는 간식을 나눠준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직접 음식을 만들고 배식하는 일이 버거울 때도 있다. 오랜 기간 봉사를 이어오다 보니 병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제는 그만두고 쉬면 좋겠다는 가족들의 만류에도 정 할머니는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최근 정 할머니는 ‘LG 의인상’의 선정되며 이웃을 위해 헌신한 그녀의 삶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정 할머니는 “대단한 일이 아닌데 주목받아 부끄럽다”며 “급식소를 찾는 사람들이 한 끼를 든든히 먹고 몸 건강히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에서 봉사를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렇게 봉사할 수 있는 건강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하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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