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이른바 '혼족'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2013년 '혼밥'이 등장한 이래, 혼술·혼영·혼라이프 등 혼족을 설명하는 신조어는 지금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2018년까지 관련 신조어만 40여 개라는 조사가 나올 정도다. 
 
 ▲'혼족'이 한국사회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이에 따른 결여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2020년 주목해야 할 키워드로 '외로움'을 꼽았다. 사진은 서울 한 커피 매장 1인용 테이블에 손님들이 앉아 있는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자발적·비자발적 혼족 증가해 
 
#직장인 김 씨(여·30)는 아직 미혼이다. 독신주의는 아니지만, 지금처럼 혼자 사는 삶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혼자 있어도 영화부터 쇼핑, 맛집까지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다. 물론 외로움이 가슴 한편에 늘 있지만, 이 외로움조차 즐기려고 노력한다는 김 씨다.
 

이른바 '혼자 전성시대'다. 현대인에게 혼족은 취향을 넘어서 일상이 됐다. 과거 '혼자'가 청승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귀결되며 백안시의 대상이었다면, 현재의 '혼자'는 하나의 트렌드인 것.
 
이런 현상은 1인 가구 증가와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의 합성어)의 등장과 맞물린다. 거시적 배경으로 보면 비자발적 또는 자발적인 것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는데, 어느 쪽이 되었든 간에 결국 혼족을 선택하는 현대인이 급격히 증가한 것만은 분명하다.
 
리서치 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9%가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선택했다. '사회생활이 많은 현대인에게 집은 사람을 피할 수 있는 안락한 도피처'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74%였다. 또 성인 10명 중 7명은 '혼자 시간을 보낼 때의 피로도가 낮고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혼족을 선택하는 현대인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의 1인 가구 증가율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수를 넘어섰다. 통계청 '장래가구특별추계 시도편 2017~2047년'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598만 7,000가구(29.8%)였다. 이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보다 2만 5,000가구 많은 수치다.
 
1인 가구 비중은 30여 년 뒤 전체의 약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가구 비중은 2027년 32.9%에서 2037년 35.7%, 2047년에는 37.3%까지 많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2027년 23.9%에서 2047년 16.3%까지 감소한다.
 
특히 모바일과 SNS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세대,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스마트폰을 몸의 일부처럼 여기는 신인류)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 세대는 '언택트'(Untact·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 접두사 언(un)을 합성한 신조어)라는 새로운 문화를 통해 한국 사회의 판도를 바꿔 나가고 있다.
 
이들은 모바일과 SNS를 통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익숙하고 누구와도 서슴없이 친구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국경을 넘나들며 글로벌 커뮤니케이션마저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언택트'를 '콘택트'로 만들며 혼족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의 주도권을 가진 mz세대들의 특징이다. 
 
 ▲최근 '혼족'이라는 트렌드가 두드러지는 만큼 외로움을 느끼는 '혼족'도 증가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공동체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혼족의 결핍…'외로움'이 삶을 바꾼다
 
그러나 '혼족'이라는 트렌드가 두드러지는 만큼 이에 따른 결여성도 커졌다. '혼족'을 즐기고 모바일과 SNS를 통해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고 믿는 현대인에게 '외로움'이 잠식하고 있다는 역설적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은 '평소 일상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포노 사피엔스로 불리는 젊은 세대일수록 일상에서 외로움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20대 67.2%, 30대 64%가 '평소 일상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반면 50대는 49.6%가 외로움을 느낀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공영방송 BBC와 대학교 3곳이 공동 진행한 조사에서도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16~24세가 40%, 75세 이상은 27%에 불과했다.
 
연말을 앞두고 쏟아지는 2020년 전망 트렌드 예측서 역시 공통 키워드로 '혼자', '외로움'을 공략하라고 진단하고 있다. '혼족'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그에 따른 결핍으로 '외로움'이 현대인들에게 잠식되는 가운데, 한국교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혼족 문화가 공동예배에 대한 필요성을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소는 "굳이 여러 사람이 모여 예배를 드릴 이유를 느끼지 못해 교회로 향한 발걸음이 뜸할 수 있다"며 "게다가 온라인 및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인해 더 이상 '교회'라는 특정 장소에서 예배를 드리지 않아도 될 여건이 조성되면서 '나 홀로 예배'에 대한 욕구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 교회와 목회자가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으려고 하는 이들을 어떻게 교회 출석으로 이끌어내야 할지에 대한 공동체성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 다각적 대응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영 실천신대 교수는 공동체 회복에 공감했다. 정 교수는 "공동체가 기독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단체가 갖고 있는 중요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많이 약해졌다"며 "이런 상황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특히 요즘 젊은 세대들은 부딪히느니 피하고, 부담스러우면 공동체를 나가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가나안 성도가 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공동체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기존의 공동체는 집단주의나 전체주의에 가까웠다. 개인을 존중하지 않고 집단과 공동체를 더 중시하다 보니 특히 젊은 세대들은 더 힘들어하고 부딪히는 것"이라며 "공동체에 대한 가치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개인을 존중할 수 있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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